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음식값 8만원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 섰을 때 점원으로부터 ‘부가세 포함 8만8,000원입니다”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메뉴판에 부가세 별도라는 말은 없던데…’라며 따지고 싶었지만 함께 온 친구 앞에서 실랑이하기가 싫어 그냥 계산을 하고 나왔다.
외식을 나갔다가 마지막에 계산을 하면서 기분이 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형ㆍ고급 업소들처럼 일반 업소들도 부가세를 음식값에서 분리해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소 입장에서는 부가세를 따로 뗄 경우 음식값이 싸 보인다는 점 때문에 이런 가격 표시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8년째 재즈 바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41)씨는 “값을 올리고 싶어도 손님을 의식해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대신 메뉴판에 ‘부가세 별도’ 문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값을 올렸다”고 털어 놓았다.
문제는 ‘위 가격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는 문구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거나 표기를 하더라도 메뉴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올해 접수된 음식서비스 관련 541건의 민원 중에서 부가세 건으로 상담이 들어온 경우는 모두 4건”이라며 “예전에는 없던 민원들”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영수증에 공급가액과 세액을 구분해서 기록하라는 시행규칙은 있지만 메뉴판에 서비스요금과 부가세를 표기하는 방법은 세법이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며 “부가세를 받는 방식, 문구의 크기 등은 사업주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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