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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반쪽' 찾은 90세 '신호등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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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반쪽' 찾은 90세 '신호등 할아버지'

입력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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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신부를 아끼고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40여년간 호루라기를 불고 산 탓인지 새신랑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42년 동안 서울 영등포와 종로 일대에서 출ㆍ퇴근시간대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벌이며 홀로 살아온 ‘신호등 할아버지’ 임진국(90)씨가 8일 화촉을 밝혔다.

뒤늦게 찾은 임 할아버지의 반쪽은 차갑선(75) 할머니. 임 할아버지의 동네 이웃으로,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영등포 쪽방촌에서 살아 왔다.

임 할아버지는 1964년 서울 청계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을 접한 뒤 일생을 교통 봉사활동에 바쳐 왔다. ‘교통장관’, ‘왕총각’ 등으로 불리는 지역의 명물이다.

이날 예식장으로 변신한 영등포 역전파출소에는 쪽방촌 이웃들을 비롯, 영등포 지하상가 주민들, 경찰관 등 하객 150명이 꽉 들어찼다.

정철수 영등포경찰서장 주례, 코미디언 김정렬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결혼식에는 이택순 경찰청장까지 참석해 웬만한 유명인사 결혼을 방불케 했다.

교통경찰 복장을 한 할아버지는 “고맙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다”는 말을 연발했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는 수줍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결혼은 17년 전 교통순경으로 일하면서 임 할아버지와 연을 맺은 김덕기(51) 경사가 차 할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결혼식에 이어 김 경사는 임 할아버지를 양아버지로 모시는 결연식을 가지기도 했다.

결혼식을 마친 늦깎이 부부는 경찰 순찰차로 만든 웨딩카를 타고 영등포 일대를 한 바퀴 돈 후 영등포 지하상가 번영회에서 따로 마련한 차량으로 신혼여행지인 경기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향해 떠났다.

임 할아버지는 “신부 무릎이 좋지 않아 민속촌에 갔다가 오늘 돌아오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부부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영등포 인근의 한 호텔에서 후원한 스위트룸에서 신혼 첫날을 보냈다. 신접살림은 영등포경찰서와 영등포 지하상가 번영회의 도움으로 마련한 5평 남짓한 방에 차렸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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