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증시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지는 격언이다. 920원대까지 급락한 원ㆍ달러 환율이 증시에 더 이상 악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주식시장은 환율 급락에 대한 내성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거래일 기준으로 4일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8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11.70원 급락한 927.90원을 기록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1.21 포인트 오르며 1,450선에 올라섰고, 코스닥지수도 2.00 포인트 오르며 690선에 안착했다.
이날 주가는 대표적인 수출주인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원ㆍ달러환율의 급락세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막았다. 삼성전자는 1.55% 오르며 65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현대차도 오랜만에 3% 이상 오르며 8만5,000원을 기록했다.
통상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주들의 주가는 동반 하락하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세를 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 증시에서 대형 수출주들은 ‘매도’보다는 ‘매수’ 흐름을 타며 지수 하락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수출주와 환율 간의 관계에 대해 ‘역발상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환율이 바닥권에 진입했으며, 향후 반등할 경우 수출주의 반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본부장은 “연초와는 달리 주식시장이 환율 하락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며 “환리스크 헤지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앞으로도 주가반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시장 전체가 환율하락에 반응하는 강도는 더욱 더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기업 이익 전망치가 이미 원ㆍ달러 환율 920원선까지 반영하고 있는데다, 최근 원ㆍ엔 환율 반등으로 미뤄 원화 절상 속도가 다소 완화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신성수 피데스투자자문 자산운용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의 상승세와 국내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이익의 하향 전망치가 반영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신 본부장은 “시장 분위기가 돌변하면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주요 악재로 재차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출주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대표 수출주와 중소형 수출주의 주가가 극심한 차별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원.엔 환율이 840원을 넘어서며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주들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낮아 질 것이지만 대표 수출주에 비해 중소형 수출주의 투자 메리트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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