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전자명찰 논란이 철회 쪽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0일 KT와 맺은 초등학교 정보화 사업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기로 8일 합의한 것이다. 시교육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참교육학부모회와 다산인권센터 등 학부모ㆍ인권단체는 그 동안 MOU가 사실상 전자명찰 도입의 첫 수순이라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시교육청은 체결 당시 MOU에 대해 “미래형 유비쿼터스 학교(U-스쿨) 구현을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러 단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사기업의 영리 행위에 도움을 준다”고 항의하자, 교육청은 다시 4일 반박자료를 통해 “특정기업의 영업 활동을 직접 협력할 이유가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던 중 서울 모 초등학교에 ‘전자명찰을 도입하게 됐으니 가입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이 배포됐다. 교육청이 ‘모른다’고 한 전자명찰제는 이미 일선 학교에 선 ‘대기중’이었다. 교육청이 지침을 직접 내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길을 터 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전자명찰제에 반대하는 시민 모임’은 8일 오전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 사실을 알렸고 교육청은 몇 시간 후 ‘MOU 체결 해지’를 발표했다. KT의 일방적 입장에서 발표한 내용이 기사화돼 마치 시교육청이 전자명찰 사업을 협약한 것으로 오해를 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오해’가 빚어낸 일이 아니다. 자식보다 전자칩과 휴대폰을 믿는 세상은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전자명찰이란 말이 언급될 때부터 정보 인권 침해 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등ㆍ하교 시간대를 파악하는 일이 범죄와 사고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 근본책일 리도 만무하다. 이런 논란들이 일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데도 미처 살피지 않은 모양새가 아쉽다.
박원기 사회부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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