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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선 휴지 한 롤에 15만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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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선 휴지 한 롤에 15만弗?

입력
2006.05.0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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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공항에 내리는 외국인은 모두 백만장자가 된다. 미화 10달러 지폐 한 장을 내면 10만 짐바브웨달러(이하 달러)를 돌려 받는다. 하지만 그 돈을 살 수 있는 물건은 별로 없다.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가 15만달러나 하기 때문이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물가가 1,000%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는 현재 전쟁을 치르지 않는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때문에 요즘 짐바브웨에서는“돈 생기면 무조건 오늘 쓰라”는 말이 상식이 됐다. 지난 주 한 박스에 15만달러 하던 토마토가 이번 주엔 50만달러에 팔릴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살인적이다.

소설 같은 일도 벌어지고 있다. 봉급을 물건으로 달라는 사람이 늘고 물물교환이 크게 늘었다. 어디를 가든지 현금이 가득 담긴 가방을 끌고 다닌다. 한 인도 기업가는 “얼마 전 세금(4,100만달러)을 받으러 온 공무원이 지폐를 세는데만 30분이 걸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지 한 신문은 부랑자가 행인에게 구걸하면서 “배고파요. 10억달러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만평을 싣기도 했다.

살인적 물가상승의 직접적 계기는 2004년 무가베 대통령의 민간 농장 2,000여 곳 압류 조치였다. 그 이후로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고 공장이 줄줄이 문닫았다. 소비재 생산은 크게 줄었고 생필품 수입을 늘리느라 외환보유고는 바닥났다. 정부는 결국 외화 마련을 위해 수조달러를 찍어내야 했다.

지폐는 넘치지만 짐바브웨 사람들은 가난에 한숨만 짓는다. 최저 생계비(4인 가족기준)는 4,100만달러이지만 평균 임금은 400만달러에 불과하다. 무가베 대통령은 공무원과 군인 월급을 3배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뛰어 오른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게다가 일할 수 있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실직자다.

장례비용(최소 600만달러)이 없어 시신을 한밤 중에 몰래 산이나 들판에 묻는 경우도 많다. 시내 공공도서관은 사람들이 책이나 집기를 훔쳐가는 통에 얼마 전 문닫았다. 한 학기에 2,000만~1억달러까지 하는 수업료에 화가 난 학부모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무가베 대통령은 여유롭다. 그는 “돈이 모자라면 더 찍으면 된다”며 60조달러 추가 발행 계획을 내놓았다. 경제학자 존 로버트슨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꼽히던 짐바브웨 경제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우리는 폭탄 위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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