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일각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직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과세여부에 대한 법리적 심층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온 이 ‘뜨거운 감자’에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재정경제부에 목사 승려 신부 등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능 여부를 질의했으며, 현재 관련 부처간에 협의가 진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당국이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한 입장정리에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 조세형평 차원에서 성직자 과세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봉급생활자들의 납세 피해의식이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비과세 영역으로 남아있던 성직자들의 과세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게 됐던 것.
특히 시민단체(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까지나서 종교인의 탈세와 세무당국의 방조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그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여론이나 정서로 본다면 과세론이 우세하다. 성직자들이 종교활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이상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기본적인 조세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것.
더구나 일부 성직자의 경우 억대 연봉에 고급 승용차까지 타고 다니는데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어, 종교인 과세여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종교인이라고 해서 면세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리(法理)로 들어가면 얘기가 좀 복잡해진다. 우선 현행 세법은 종교인 보수에 대해 과세, 비과세 여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냥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려 해도 소득세인지, 증여세인지 논란이 있다. 종교인들이 받는 보수가 신도들에 의한 고용의 대가라면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신도들이 내는 시주나 헌금을 증여로 본다면 증여세 대상이 된다. 그나마 소액 기부금은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증여세 부과도 어렵게 되어 있다.
종교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인천 서머나 성결교회 최희범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는 “교회는 기부금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이며 목회자는 노동의 대가로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봉사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자급(自給)받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부과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창신동 성터교회의 방인성 목사는 “성직자도 투명사회를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솔선수범 차원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며 “교회가 비영리단체라고 하더라도 그곳에 소속돼 일을 하면서 소득을 얻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부과돼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해 법리검토에 착수는 했지만 실제로 명쾌한 결론을 내릴지는 불분명하다. 비과세로 결론을 내면 일반여론의 반발, 과세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종교계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터여서 정부로서는 종교인의 막강한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중장기 세제개편작업을 벌이는 만큼 차제에 종교단체의 회계처리나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해 명확한 법 해석과 세법규정 정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