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민들은 헷갈린다. 자고 나면 바뀌는 김태환 제주지사의 행보 때문이다.
보도자료까지 내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김 지사가 4일 열린우리당 입당을 발표하더니 다음날인 5일엔 입당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한편의 정치 코미디다.
사정은 이랬다. 1월말 한나라당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제주지사 후보로 영입하자, 김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5ㆍ31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4일 오전 우리당에 입당한다는 회견을 했다. 그의 입당결정에는 지난달 말 검찰이 공무원의 선거개입 수사를 위해 도청을 압수 수색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랬던 김 지사는 같은 날 밤 급히 서울에 올라와 당내 경쟁자인 진철훈 후보가 단식농성을 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을 이유로 입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뒤 다시 무소속 출마로 돌았다. 당내 분란이 심해지면 당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도대체 무엇 하는 짓인가. 김 지사는 소리(小利)를 위해 최소한의 명분이나 체면마저 다 팽개치는 잡상인 같은 행위를 도민들 앞에서 한치 부끄럼 없이 저지르고 있다.
하긴 그는 “최근 한국 정당사의 산 증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당적을 바꾸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제주시장과 도지사를 지내면서 국민회의à무소속à한나라당à무소속à우리당 입당선언à무소속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오직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사람을 후보로 영입하려 한 우리당의 발상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선거 판세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개혁 정당을 자임해온 여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엄중히 경고하고 심판해야 할 것은 김 지사의 파렴치한 철새 행각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치가 더 이상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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