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갈등에 정부가 단호한 칼을 빼들었다. 국방부가 대추분교를 강제철거하고 기지 예정지를 철조망으로 두른 데 이어 검찰이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 60여명을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범대위)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어 평택기지 문제를 반미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어서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 근저에는 한미동맹 문제가 깔려 있다. 청와대와 윤광웅 국방장관은 4일 강제집행에 앞서 “미군기지 이전사업 지연에 따른 막대한 외교적 경제적 손실을 막기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위대를 방치할 경우 미 정가에서 “한국 정부는 기지이전 의지가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론이 불거지고 한미동맹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평택 폭력시위 엄단’ 방침에도 정부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검찰은 “정부는 국회 비준 및 특별법 제정을 통해 평택 기지이전을 추진해 왔고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해 왔다”며 기지 이전사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기지 이전반대 단체들이 철조망을 뜯고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들어가 비무장 군인들과 충돌한 것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국방장관도 7일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해 훼손이나 폭력행위를 한 경우 군 형법으로 처벌하겠다”고 강경한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공책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285만평의 ‘황새울’ 들판에 철조망을 쳤지만 주민과 시위대가 다시 철조망을 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내부에서도 “광활한 지역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
범대위가 서울 도심 등에서 촛불 집회를 개최하며 평택 기지 이전반대 투쟁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도 정부의 부담이다. 2002년 미선ㆍ효순양 사건 때처럼 전국적인 반미운동으로 커질 경우 대추리에 군대를 투입한 정책 결정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주민들은 기지이전 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인이 대부분인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은 “일제에 쫓기고 해방 직후 진주한 미군에 밀려나서 지금의 ‘황새울’을 피땀으로 개간했다”며 땅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화를 통한 주민설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범대위도 기지이전 규모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를 시작하되 제3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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