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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아트 컨설팅 받으니 우리집 거실도 멋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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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아트 컨설팅 받으니 우리집 거실도 멋진 갤러리

입력
2006.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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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연(34)씨는 최근 30평형 아파트로 이사한 뒤 실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그림을 사기 위해 갤러리를 찾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손에 쥔 그림 값은 150만원.

평소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자주 들락거리진 못했던 노씨. 갤러리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몇 점 눈에 띄긴 했지만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결국 노씨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발품만 팔았을 뿐 끝내 그림은 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저희 집 인테리어에도 딱 어울리는 그런 그림을 믿을 만한 누군가가 대신 구입해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미술 대중화의 첨병역 아트컨설팅

노씨와 같은 신진 컬렉터들을 위해 작품 선정부터 구입, 설치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른바 ‘아트컨설팅’이다. 2003년부터 생겨난 ‘아트 컨설턴트’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함이지만, 최근에는 미술 작품 대중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먼저 그림을 걸어놓을 장소를 둘러보고 컬렉터와의 상담을 통해 취향을 파악한 뒤 해당 장소에 어울릴만한 그림들을 추천한다. 실제 작품이 걸릴 장소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 화면상으로 미리 완성해본 영상을 만들어 그 느낌을 컬렉터에게 보여준다.

작품이 결정되면 작품 보증서 작성 및 보험 가입을 대행해주고 운반ㆍ설치까지 마무리해준다. 옥션이나 중ㆍ대형 갤러리에는 전문 아트컨설턴트가 상주하고 있다.

병원이나 은행, 공원, 백화점, 호텔, 사무실, 레스토랑, 집 등 생활공간 속에 미술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작품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낮아지는 컨설팅 고객 연령대

서울옥션에 따르면 일반 고객의 60% 이상이 아트컨설팅을 원하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아트컨설팅 시대가 개막한 2004년에는 주로 40~50대 컬렉터들이 아트컨설팅을 문의했으나 최근에는 연령대가 40대 이하로 낮아지고 있다.

옥션이나 갤러리 마다 차이는 있지만, 작품을 구입하면 대개 컨설팅은 무료로 해준다. 아트컨설턴트 박지온씨는 “병원이나 백화점, 레스토랑들이 주 고객층을 이루다가 지난해부터 사무실이나 집에 작품을 걸어두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젊은 사람들의 경우 본인이 직접 고르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서 작품을 고른 뒤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얼마전 아트컨설팅을 통해 100만원대 소품 2점을 구입한 김재우(39)씨는 “2년 전 우연히 그림을 사서 모으는 친구를 따라 아트 페어에 갔다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직 그림 보는 눈이 생기지 않은데다 첫 구입이기도 해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는데, 사무실에 딱 어울리는 그림을 한 점 걸어 놓으니 분위기가 전보다 너무 부드러워져 기분이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대여 미술품 찾는 발길도 늘어

아트컨설팅과 함께 미술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게 ‘미술품 대여’ 서비스. 주로 호텔이나 백화점, 은행, 레스토랑 등에서 계절이 바뀔 때나 특별한 행사를 가질 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많이 하고 있다.

주로 옥션에서 빌려주는 데 매달 작품 가격의 3% 정도를 지불한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진흥아트홀’은 2일부터 작가 50여명의 작품을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특별기획전을 12일까지 열고 있다.

‘아이 방에 그림 걸기’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한 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소정의 작품 임대 수수료(1점당 3개월 5만원)를 지불하고 원하는 기간동안 빌려갈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진흥아트홀 큐레이터 구자천씨는 “전시 공간을 각 가정으로까지 확장하는 통로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작품 대여 차원을 넘어 미술품이 일반인들의 삶의 공간에까지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자! 대중 속으로!" 바뀌는 작가들

무엇보다 미술 대중화를 견인하는 것은 작가들이다. “예술도 비키니처럼 가벼웠으면 좋겠어요. 무겁기만한 것이 예술인가요. 깃털보다 가벼워 어디든지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술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을 열광케 한 ‘걸어다니는 팝 아티스트’ 낸시 랭(28)의 말이다. 어디 낸시 랭 뿐인가. 요즘 젊은 작가들은 좀 더 일반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하고도 참신한 방법을 동원한다.

‘새침 떨거나 공주처럼 예쁜 척하는 여자’만 그리는 육심원(32)씨는 상업화랑인 PK갤러리와 함께 작품을 상품화, 지난해 9월 ‘육심원 브랜드’를 만들었다.

다이어리와 달력, 앨범 등 문구류가 대부분이고 휴대폰 고리, 냉장고 자석까지 만들었다. 교보문고와 코즈니 등 30군데에 내놓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카드지갑, 화장품백, 선물박스, 보석함으로 품목을 확대시키고 있다.

여인의 누드를 찍은 사진에 고전의상을 그린 비닐막을 씌워 관람객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사진의 여인이 옷을 입은 듯 벗은 듯 보이게 하는 작업을 주로 해온 배준성(39)씨는 2월 한 달간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배씨는 지난 4월 뉴욕경매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추정가의 2배인 3만8,400 달러에 낙찰되는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러나 과감하게 일반인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에서 전시회를 가짐으로써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구두, 안경, 와인병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회화 작업을 해온 박윤경(31)씨는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의 아이섀도와 볼터치 케이스를 디자인해 유명세를 타게 됐다.

박윤경씨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또 그것을 대중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예술가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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