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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필원씨, 30년만에 두번째 시집… 새 음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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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필원씨, 30년만에 두번째 시집… 새 음반도

입력
2006.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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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수 이필원(60)씨가 30년 만에 두번째 시집 ‘내 영혼이’(모닥불 발행)와 함께 28년 만의 새 음반을 냈다. 포크송에 열광했던 중년세대라면 박인희와 함께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혼성듀엣 ‘뚜아에무아’의 리더였던 그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7080 공연무대를 주도해나가는 가수이니 이씨의 오랜만의 신보 발표 소식은 반갑다. 그런데 시집? 그가 ‘시인가수 1호’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춘기 때부터 틈틈이 써온 시가 100편이 넘어 정리를 하다 후회하지 않을 확신이 들어 또 시집을 냈습니다.” 그는 1976년 첫 시집 ‘바람꽃’(규문각 발행)을 냈다. 대중가수로는 최초였다. 중학생 때의 습작부터 인기가수로 활동할 때까지 쓴 65편의 시와 노랫말을 모은 시집이었다. “당시 종로서적 등에 직접 500부 정도를 뿌렸어요. 동료들의 반응은 좋았는데 일반인의 평가는 별로였어요.”(웃음)

“중2 때 교내 웅변대회에 직접 쓴 원고로 출전해 고등학생 형들과 겨뤄 2등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시라는 개념도 없이 체험담을 그냥 쓰기 시작했어요.” 부모와 헤어져 살았던 그의 청소년기는 늘 외롭고 쓸쓸했다. 내성적 성격의 그에게 시와 음악은 큰 위로를 안겨준 친구 같은 존재였다. 솔로 가수 때 발표한 그의 히트곡 ‘고독’ ‘소녀’등의 노랫말은 당시의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그린 자작시였다.

두번째 시집에 실린 94편의 작품들은 자연에 관심을 두었던 초기 시들과는 달리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보편적 ‘사랑’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사랑이나 영원은 결코 인간하고 거리가 먼 언어 같습니다. 인간들의 사랑은 순간적이고 흘러가는 사랑 같아요.”

그는 최근에 쓴 시집 표제작 ‘내 영혼이’를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로 꼽았고, ‘생에 길목에서’도 자식들을 생각하며 비장하게 쓴 글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작사자이자 시인인 박건호씨는 “이필원씨의 시는 삶의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어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린 날의 수채화 같다”고 평했다.

그의 9집 음반은 신곡이 포함된 정규앨범이다. 78년 ‘음악과 시의 결합’을 꿈꾸며 결성했던 포크록그룹 ‘이필원과 바람꽃’의 음반 이후 무려 28년만이다. 타이틀곡 ‘내 영혼이’는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주역을 맡았던 테너 김현동씨가 불렀다. 이필원은 하모니카로 같은 곡을 연주했다.

‘소년’ ‘나그네’ ‘추억’ ‘약속’등 예전 노래들도 어쿠스틱한 분위기로 리메이크했다. 정작 그가 애착을 보이는 트랙은 노래보다는 시 낭송이다. 80년대 ‘미스틱 무드’ 경음악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그는 “과거에는 자료음악을 넣어 작업했지만 이번엔 직접 산과 바다를 발로 뛰며 자연의 소리를 담았다”고 했다. 개울물과 새소리, 거제 몽돌해수욕장의 파도소리가 생생하다.

이씨는 올해 초 3기 뚜아에무아 듀엣 활동을 정리하고 환갑의 나이에 솔로 독립을 선언했다. 최대의 음반 불황기에 고민도 많았지만 제작ㆍ기획ㆍ노래를 혼자 했다. ‘옛 시인의 노래’ 작곡자인 이현섭씨와 함께 ‘소울 미디어’라는 음악출판기획사도 창립했다.

실력을 갖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음반 발표의 기회를 주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음반과 시집의 판매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음반시장이 죽어 있다지만 누군가 명맥을 잇다 보면 다시 살아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음악엔 한계가 있지만 글은 기억만 살아있다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이씨는 가을쯤, 시 향기 그윽한 단독 콘서트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글ㆍ사진 최규성 편집위원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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