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동맹이 세계화하고 있다. 지난 1일 워싱턴에서 미국과 일본은 주일미군 재배치 최종보고서를 확정했다. 보고서는 2014년까지 미일 양국군의 통합작전능력의 강화,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일본자위대의 역할 확대, 미 육군 제1군사령부의 일본 자마 기지 이전,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8,000명의 괌 이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안보·역사의식등 갈등 소지
미일동맹은 이번의 공동발표문의 표현대로 ‘미국과 일본의 안보는 물론이고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한 기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일동맹에는 몇 가지의 발생 가능한 딜레마가 내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번째의 딜레마는 전통적인 ‘안보(安保) 딜레마’이다. 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하는 ‘방어행위’ 즉 안보행위가 남에게 위협적인 ‘공격행위’가 되는 것을 안보 딜레마라고 한다. 공동발표문을 보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일의 관점에서 방어행위인 미일동맹 강화가 중국의 관점에서는 위협적인 ‘공격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두번째의 딜레마는 ‘통설(通說)의 딜레마’이다. 이론을 과학적 인과관계라고 할 때 통설은 ‘사이비 인과관계’이다. 미일동맹의 강화는 이른바 ‘중국위협론’, ‘북한위협론’, ‘테러와의 전쟁’ 등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충분한 ‘이론’이 있다.
하지만 ‘통설’은 없는가? 가령 중국이 과거 18년간 2자리 수의 군사비 증강을 해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중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은 1,000달러 정도이고 일본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본 정부 내에서 북한이 일본의 안전보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실제로 믿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통설을 만들어내고 한편으로는 만들어진 통설의 지배를 받는 구조 속에서 미일동맹이 스스로를 확대재생산해가는 측면은 없는지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의 딜레마는 ‘역사의식의 딜레마’이다. 역사의식의 딜레마는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 먼저 일본의 역사의식 결여는 미국을 부정한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전후 일본의 출발점을 부정하는 것이다.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일본 총리의 참배는 도쿄재판의 부정이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부정이고, 미국에 대한 부정이다.
한편 일본의 역사인식 결여는 일본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근린제국과 대화할 수 없는 일본은 미국에게도 소용이 없다. 미일동맹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아시아 속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역사의식을 전후의 출발점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서 기인하는 동아시아의 역사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이는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최근 한일 독도분쟁에서 미국이 중재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다행한 일이다.
● 냉철한 현실적 균형감각 중요
네번째의 딜레마는 ‘동맹(同盟)의 딜레마’이다. 미일동맹이나 한미동맹에는 구조적으로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가 내재되어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연루되거나(휘말리거나) 또 미국으로부터 방기되지(버려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강화되는 미일동맹은 일본에게 ‘연루’의 위험을 줄 수 있고, 조정되는 한미동맹은 한국을 ‘방기’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연루와 방기 사이의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온다.
양기웅ㆍ한림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