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서양미술이 들어온 지 100년. 안팎으로 크게 성장한 한국미술이 질적인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돈 많은 수집가들의 영역으로 알았던 미술이 대중 속으로 낮게 파고들어 생활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해외에서 인정 받고 작품도 팔리는 한국 작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화랑과 미술관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 백화점이나 은행 병원 등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이 구색 갖추기가 아닌 당당한 작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술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보통사람들의 욕구에 맞춰 저가 미술품 전시회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젊은 세대 중에는 화랑이 아닌 백화점에서 전시회를 열거나 미술품으로 팬시상품을 제작해 대중에게 바짝 접근하는 작가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작가라곤 올해 초 타계한 백남준 등 극소수 밖에 없었으나 1990년대 이후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여러 국제행사에서 많은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미술은 세계에 그 존재를 뚜렷이 알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잇는 30대의 젊은 작가군은 더 왕성하고 독창적인 활동으로 한국미술의 잠재력을 맘껏 과시하며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뉴욕 소더비 경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이 각각 20여 점씩 팔린 것은 국내 미술계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중일 3국을 묶은 이들 경매에서 중국이 판을 휩쓸다시피 한 것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역량있는 작가들이 계속 나오고, 밖에서 거둔 성과들이 쌓이면서 한국미술이 더 튼튼하고 풍성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바야흐로 한국미술의 대중화, 세계화 시대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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