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쿠바를 47년간 통치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79) 국가평의회 의장의 재산이 9억달러(8,456억원)에 달한다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집계했다.
5일 포브스가 발표한 ‘군주와 독재자 재산 순위’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의 지난해 재산은 5억 5,000만달러였다.
포브스의 이번 순위에는 석유 부국의 국왕들이 대거 상위에 랭크됐다. 1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이다. 210억달러 재산가인 압둘라 국왕을 비롯한 사우디 왕가는 석유로 벌어들이는 국부를 독점하다시피하며, 사우디 국내총생산(GDP) 3,400억달러의 45%를 가져가고 있다.
다음 순위에 차례로 오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200억달러),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통령(190억달러),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140억달러)도 모두 유전에서 돈을 벌어들였다. 이들 왕정 국가는 국부가 왕가에 집중된 탓에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풀뿌리 여론도 거세다. 포브스는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은 산업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를 항공ㆍ비즈니스ㆍ관광의 허브로 만드는 등 석유 이외의 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공격적 해외 투자에도 성공, 1994년 80억 달러였던 두바이의 GDP를 올해 400억달러(전망치)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각각 7,8위에 오른 카스트로 의장과 아프리카 서부 적도기니의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은 장기독재를 통해 나라 경제를 완전히 틀어줘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하는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해 포브스의 재산 평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펄쩍 뛰기도 했다. 그러나 포브스는 카스트로 의장이 수도 아바나 인근의 컨벤션센터, 소매점그룹 시멕스, 제약사 메디쿠바 등 국영기업의 실질적 소유주라고 지적했다. 28년째 집권 중인 적도기니의 독재자 오비앙 대통령은 처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미국 정부에 의해 돈세탁 혐의로 미국 릭스은행에 예치중이던 7억 달러가 동결되기도 했다. 오비앙 정권은 이를 정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한스 아담 2세,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등 유럽의 군주들은 수세기를 거치며 대대로 물려받은 부동산, 미술품 컬렉션 등을 토대로 부를 지켜나가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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