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지나고 나면 무척 아쉽겠죠?”
5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 만난 샨따(13ㆍ여)는 올해 어린이날이 꿈만 같다. 탁 트인 한강과 많은 또래 친구들. 난생 처음 해보는 굴렁쇠와 박 터트리기 놀이가 마냥 신난다. 굉음을 내며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를 탈 때는 손에 식은 땀이 났다.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이날 행사는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에서 국내 이주노동자 가족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날 축제다.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등 13개국 출신의 이주노동자 가족 700여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여서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이지만 자녀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용기를 냈다.
샨따는 방글라데시 소녀다. 아빠(41)는 1996년 입국해 경기 남양주시의 가구공장에서 일했고 2002년 가족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가장 샨따를 예뻐해 줬을 아빠는 지금 곁에 없다. 2003년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지난해 비자기한이 만료돼 아빠와 같은 처지가 됐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샨따 세상이다. 아침에는 엄마로부터 난생 처음으로 어린이날 선물로 머리끈도 받았다.
샨따의 꿈은 뭘까. “얼마 전 2품을 땄어요. 태권도 국가대표가 돼서 아빠를 만날 거예요.”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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