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이의 엄마 아빠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다. 엄마는 집에서 전구 조립하는 일을 하고, 아빠는 건축현장에서 일한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할아버지와 역시 청각 장애인인 삼촌도 지하 연립주택에서 함께 산다. 아빠와 삼촌은 건축 기술이 좋은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은경이는 엄마 아빠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밖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다른 엄마 아빠처럼 도움이 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을 ‘탤런트’라고 부르며 사랑해주는 삼촌과는 친하게 지낸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가수의 팬 사인회를 찾은 은경이는 사방에서 밀려드는 아이들에게 떠밀려 벽에 머리를 부딪친 뒤 정신을 잃는다. 병원으로 실려가는 차 안에서 눈을 뜬 은경이에게 가수 오빠의 얼굴이 보인다.
다큐동화 ‘붕어빵의 꿈’은 소아마비 장애인 작가 고정욱씨가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탤런트 임은경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다.
임은경은 후기에서 “집안에 가득한 장애인들 때문에 우리 집은 늘 조용했고, 그러니 늘 의기소침해서 바깥 세상이 두렵고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위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큰 고통 속에서도 얼마나 꿋꿋이 살려고 애쓰는지 알아주고, 그들의 작은 꿈들이 꼭 이루어지도록 용기를 주고 친구로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은경은 책 판매가의 1%를 적립해 장애인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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