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종교학자 마르치아 엘리아데의 대표적 저작 ‘신화ㆍ꿈ㆍ신비’가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전 세계에 산재하는 신화와 의례 등을 실증적으로 취합ㆍ분석해, 동서양이라는 인습적 구분을 초월하는 종교성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 고전적 저작이다.
미개인의 굳건한 신화 체계에서 출발, 황홀경 등 불가사의한 경험의 세계와 승천 등 초월적 문제들의 시원을 탐색한다. 어머니, 즉 대지라는 상징 체계에서 시작해 성과 결혼 등의 문제를 인류학적ㆍ상징적 차원에서 규명한다. 세계의 오지에 산재한 인류학적 제의와 믿음의 체계를 설파하는 대목에서는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그의 박학함이 파릇파릇 살아 있다.
심층심리학, 무의식, 신화학 등 인접 학문간 교류 가능성에 한 줄기 밝은 빛을 쏘이는 저작이다. 종교간 대화, 신화에 의한 치료, 정신분석 등 매력적 주제가 원형질 형태로 존재한다.
책은 원래 단행본이 아니라 논문집이었다. 1948~1955년에 발표한 12편의 논문 중 9편을 추려 집성, 1957년에 발표한 저작이다. 정진홍 교수 등 국내의 대표적 종교학자들에 의해 단편적으로 소개돼온 엘리아데의 기본 저작이다. 이 책은 현재 20여권을 헤아리는 국내의 엘리아데 번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작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옮긴이 강응섭 예일신학원대학교 교수(조직 신학)는 “줄기세포 문제의 경우,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실패한다면 막연한 신화로만 남을 개연성이 있다”며 “엘리아데가 책에서 제기한 신화적 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숙고할 때”라고 말했다.
새 콘텐츠의 무궁무진한 보고를 간직한, 인류학의 고전을 읽는 감흥을 제공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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