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랜드그룹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한국까르푸가 지난해 이미 이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가 전격 취소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까르푸는 이랜드와 지난해 11월 이랜드가 까르푸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것과 이랜드의 매장을 까르푸에 입점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는 당시 3개월 가량 까르푸에 대한 실사도 진행했다.
까르푸는 같은 시기에 롯데마트, 신세계, 홈플러스에도 똑같은 제안을 하는 등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들 3개사는 까르푸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까르푸는 지난해 12월 이랜드와의 MOU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당시는 롯데쇼핑이 상장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에 대한 지분 부분 매각을 추진하던 까르푸가 롯데의 상장을 앞두고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전면 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 같다” 며 “양해각서 파기 이유에 대한 까르푸측의 해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까르푸가 매각과정에서 보인 이 같은 ‘비상식적인 행태’ 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할인점 업체들이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던 지난달 11일 까르푸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이랜드 중 1곳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이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였던 롯데마트가 이틀후에 “복수의 우선협상 대상자중 하나로 지정됐다” 고 발표했다. 까르푸는 이에대해 뒤늦게 ‘이는 롯데의 자체적인 판단’ 이라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4개 업체를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상도의를 벗어난 행태를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랜드와 MOU를 이미 체결했던 사실을 알았다면 인수가격 협상등을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까르푸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놀아난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아무리 몸값 부풀리기가 중요해도 상도의는 지켜야 한다”며 “다시는 까르푸 같은 기업이 한국에 발붙이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까르푸가 이중플레이를 통해 매가각격을 어느정도 올렸는지도 관심이다. 이랜드측은 지난해 양해각서 체결 당시 인수대금을 밝히고 있지 않다. 업계는 6,000억원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지분 전면매각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랜드에 1조7,500억원에 매각된 까르푸는 6개월 사이에 최고 5,500억원 가량 몸값을 더 올린 셈이다.
까르푸가 롯데마트보다 인수가격을 적게 제시한 이랜드를 낙점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원대의 차익을 거둔 론스타에 대한 과세 움직임 등을 보이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롯데마트 대신, 지난해 실사까지 끝낸 이랜드를 부랴부랴 인수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외국기업의 ‘먹튀’행보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까르푸가 서둘러 매각을 마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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