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어머니와 함께 방문비자로 미국에 온 뒤 뉴욕시 할렘에 버려진 세네갈 소년 아마두 라이(18ㆍ사진)의 불법이민자 삶이 이민법 논란이 한창인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라이가 이끄는 로봇팀이 전국대회서 상을 받지 못했지만 정치권 및 일반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가 미국에 도착한 것은 2001년 9월. 그의 어머니는 연고도 없는 아들을 뉴욕에 떨궈놓은 채 고향 세네갈로 돌아갔다. 어린 아들을 미국에 남겨둔 이유는 단 하나, 미국식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서였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라이는 옷가게 전단지를 배포하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힘겹게 고교를 다녔다. 숙식은 택시 운전기사였던 먼 친척이나 새로 사귄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해결했다. 미국에 “미성년자는 미국 국적이 없더라도 공립학교서 공부할 권리가 있다”는 판례가 있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기계공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라이는 지난해 겨울 할렘서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서 구성한 19명의 학생과 함께 뉴욕 로봇 콘테스트에 지원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상 로봇을 만들어 선보이는 대회에서 라이가 속한 할렘팀은 쟁쟁한 뉴욕 최고 사립고 학생 등을 물리치고 전국대회 참가권을 따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달말 열린 전국대회 참가를 위해 라이는 다른 팀원과 달리 비행기 대신 18시간 걸리는 기차를 이용했다. 영주권이 없어 비행기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 팀은 전국대회서 상을 받지 못했지만 불법 이민자로서 힘겹게 생활하던 라이의 이야기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대학 진학이 어려워 고교 졸업 후 세네갈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 라이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무료 변론을 자처하고 나섰고 그를 양자로 입양하겠다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마이크 처토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의 우편함은 “라이를 구제해달라”는 탄원서로 넘쳐 났다. 이 중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청원도 포함돼 있다.
라이의 지도 교사 크리스천 브레튼은 “매일 한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던 라이의 성공담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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