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때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 아기가 피아니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5일 금호아트홀에서 첫 고국 연주회를 갖는 알렉산드라 엑토즈(31)씨가 주인공이다.
쌍둥이 언니와 나란히 입양돼 한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현재 브뤼셀의 음악원에서 강의를 하며 유럽에서 유망 피아니스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쌍둥이 언니도 피아니스트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 그는 “뿌리를 찾아왔다 생각하니 참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너무 어릴 때 입양됐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음악원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와보니, 우와,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 같아요. 비행기 안에서 틀어주는 영상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벨기에하고는 완전히 다른 인상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친부모도 찾았다. 방한을 앞두고 입양기관을 통해 친부모와 두 동생이 서울에 산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부모님을 만나면 서로 모르니까 우선 서로 알아가고 싶다”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금호문화재단이 입양의 날(5월 11일)을 앞두고 마련한 이번 음악회는 한 대의 피아노로 두 명이 연주하는 ‘포 핸즈’(Four Hands) 콘서트. 4년째 함께 활동해온 동료 피아니스트 피에르 토마스와 함께 한다.
20세기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한 프로그램에는 비제, 라벨, 풀랑의 곡과 함께 알랭 베버의 ‘상감’이 들어있다. 한국의 상감청자를 모티프로 작곡한 이 곡은 이번 음악회를 위해 위촉해서 탄생한 작품이다. 베버는 1985년부터 90년까지 서울대 여름 음악학교에 참가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관객들 반응이 궁금해요. 저를 서양인으로 봐줄지, 한국인으로 받아줄지…. 입양아 출신이라는 점보다 먼저 음악가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엑토즈씨는 월요일(8일) 떠난다. 금요일 저녁 공연 이후 주말에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그는 “사진으로만 본 상감청자를 꼭 봐야겠다”고 했다. 금호문화재단은 이번 음악회에 국내 입양아들을 초청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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