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에너지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고유가 행진과 자원 국유화 바람이 맞물리면서 각국은 에너지 수급정책을 재점검하고, 대체 에너지개발을 서두르는 등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접적인 위기의식은 이란 핵 사태와 나이지리아 정정불안, 거대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부상으로 최근 배럴당 70달러대(WTIㆍ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국제유가에서 비롯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테러 등으로 파괴될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석유ㆍ가스 국유화를 선언한 볼리비아에서 보듯 러시아와 중남미에 일고 있는 자원 국유화 바람은 각국의 에너지 불안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2대 석유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에너지확보가 경제발전의 관건이라는 판단 아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직접 나서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무차별적인 자원선점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에너지 절약 홍보강화, 비축유 확대 등을 통해 고유가충격을 타개하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에너지인 석유의 경우 중동에서 81% 이상 들여오고 있다. 중동에서 테러 등이 확산될 경우 석유확보에 커다란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4개국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앞세워 약 35억 배럴의 유전 탐사권을 획득했다. 35억 배럴은 우리나라 연간 수입량(8억배럴)의 4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 나이지리아 방문 때는 12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 중동 일변도의 석유수입 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의 해외 자원개발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자체 개발해 공급하는 석유자주개발율은 불과 4.1%(지난해 기준)로 일본 10.3%, 중국 18%에 비해 크게 뒤진다. 이탈리아 44.9%, 프랑스 87.7% 와는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사회는 정부의 홍보 부족과 부처간 이견으로 여전히 에너지위기 불감증에 걸려 있다. 민간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나 차량 10부제 운동, 불필요한 전등 끄기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개발 역시 걸음마 수준이다.
산업자원부 이원걸 차관은 “유가급등 수준에 따라 단계별 에너지 절약 비상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2008년까지 우리의 에너지 자주개발율도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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