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르비아 정부의 EU가입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르비아 정부가 4월30일까지 보스니아 내전 전범인 라트코 믈라디치(62)를 체포,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인도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가 믈라디치를 인도하겠다는 약속을 3월에 이어 또다시 지키지 못함에 따라 EU가 세르비아의 EU 가입 협상을 중단하고 지원도 동결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올리 렌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ICTY의 칼라 델 폰테 수석검사와 이 문제를 협의한 뒤 “세르비아는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전범으로 기소된 인물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믈라디치 체포를 촉구했다.
그는 또 “세르비아의 EU 가입 문제는 지금까지 협의가 잘 돼왔다”면서 “만일 믈라디치 문제와 관련해 급진전이 이뤄진다며 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올해 안으로 가입 문제도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폰테 수석검사는 “세르비아 정부가 10일전 베오그라드 한 아파트에 믈라디치가 피신해있던 사실을 알았지만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며 “믈라디치는 현재도 매일 베오그라드 아파트를 옮겨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 총리는 이에 대해 “세르비아 정부는 믈라디치를 체포하기 위해 모든 활동을 해왔다”며 “그는 협력자가 모두 체포돼 현재 혼자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며 자수를 촉구했다.
그 동안 EU 가입협상을 주도했던 미롤류브 라부스 부총리는 믈라디치 체포 실패와 EU가입 협상 중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르비아 정부가 현 정국 상황을 고려, 믈라디치를 고의로 체포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그를 비호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극우 민족주의 기류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코슈투니차 총리가 속한 집권 여당인 세르비아 민주당(DSS)의 지지율이 7.6%에 불과한 상황에서 믈라디치를 체포, 인도할 경우 민심이 최악에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믈라디치는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5년 7월 당시 스레브레니차에 살던 이슬람계 남성 8,000명을 대량 학살한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기소됐으나 10년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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