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다르푸르를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다르푸르는 ‘21세기 인종학살’‘아프리카판 킬링필드’로 불리는 참극의 현장이다. 2003년 2월 내전 이래 3년간 18만~20만 명이 죽고 200만~300만 난민이 발생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53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맹(AU)은 8차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어느 때보다 외교적 압력을 높여 협상은 탄력을 받고 있다. 국익을 앞세워 참사를 외면해온 강대국도 이번엔 적극적이다.
미국은 수단 정부에 유엔 평화유지군 수용 등을 강하게 압박하며, 중국 러시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평화에 반대하는 세력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정도다.
빈 라덴은 지난달 23일 녹음 테이프에서 수단 무슬림에게 “십자군(유엔군)에 대비한 또 다른 장기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 워싱턴에선 지난달 30일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을 비롯한 스포츠ㆍ종교계 인사 등 수천 명이 다르푸르를 살리기 위한 시위에 참가했다.
피로 얼룩진 현지를 다녀온 클루니는 ‘다르푸르를 향한 100만인의 목소리’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의 다급한 목소리는 수개월 만에 80만명이 숨진 르완다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2004년 휴전 이후 다르푸르 난민의 기근은 지지부진한 협상과함께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달 28일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은 자금부족을 이유로 배급식량을 절반인 하루 1,000칼로리 정도로 줄였다. 비축식량은 고갈되고, 건기는 다가오는 현 상황을 유엔은‘최악의 비인도적 위기’라고 표명했다.
다르푸르 사태는 토지와 물 사용을 놓고 벌어진 종족 간 충돌이다. 1983년 시작된 수단 내전은 20년 만에 종식됐다.
그러나 이 지역 아프리카계 흑인 기독교 반군은 이를 거부하고 2003년 반정부 투쟁에 나섰다.
반군에 맞서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인종청소를 자행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꼬였다. 잔자위드는 아랍계 피를 아프리카에 이식한다는 명분으로 어린 소녀까지 강간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8차 평화협상은 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낙관은 이르다.
협상안은 권력과 부의 배분, 잔자위드의 무장해제, 정규군의 반군 흡수 등을 담고 있다.
수단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나, 반군은 지난달 30일이던 1차 시한까지 일치된 의견을 밝히지 못했다. 이에 다라 협상시한은 2일 밤 12시로 48시간 연장됐다.
2개 그룹 3개 분파로 쪼개진 반군들 간에 통일된 의견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반군 중 수단해방군(SLA)은 협상안을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의ㆍ평등운동(JEM)은 서다르푸르 자치권과 부통령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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