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용병들에겐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정도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기간 안에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짐을 싸야 한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서너 차례 연속해서 부진하면 곧바로 ‘퇴출’의 칼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 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던 브라운은 앞선 세 차례 등판에서 승리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8.10으로 고개를 숙였다. 첫 등판에선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이후 두 경기에선 난타를 당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3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 등판한 삼성 우완 제이미 브라운(29)은 9이닝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국내무대 데뷔 후 가장 완벽한 투구로 마수걸이 승리를 올렸다. 브라운은 9회 2사후 이재주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고 완봉승을 눈 앞에서 놓쳤다.
브라운은 직구 구속이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특유의 팔색조 변화구를 앞세워 KIA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날 브라운이 구사한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컷패스트볼 등 무려 5가지.
브라운의 호투를 등에 업은 삼성은 초반 집중타를 터뜨리며 KIA 선발 그레이싱어를 무너뜨렸다. 삼성은 2회 2사 2, 3루에서 김재걸의 우중월 2루타로 2점을 뽑은 뒤 박한이의 적시타로 1점을 더 얻었다. 삼성은 3회에도 2사 1, 2루에서 조영훈의 우월 2루타로 2점을 추가하며 승리를 굳혔다. 삼성 6-1 승.
다른 구장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이 힘을 냈다. 인천에서 두산은 선발 다니엘 리오스의 눈부신 피칭(8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에 힘입어 선두 SK를 2-1로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우완 에이스 마이클 캘러웨이가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현대도 유한준(3안타 3타점) 김승권(3안타 5타점) 등 하위 타선의 맹타를 앞세워 LG를 12-5로 대파했다.
부산에서는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에서 앞선 롯데가 한화를 8-3으로 물리쳤다. ‘돌아온 흑갈매기’ 호세는 6회 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시즌 5호를 기록했다. 팀 동료 마이로우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
인천=이상준기자 jun@hk.co.kr광주=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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