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 10분 울산 북구의 한 작은 포구. 3톤 가량의 낚시배 1척이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배가 부두에 닫자마자 트럭 1대가 접근, 뭔가를 실어나를 준비를 했다.
이 작은 포구에 낚시로 잡은 생선을 옮기기 위해 시간을 맞춰 트럭을 동원한다. 뭔가 이상하다. 해경이 배를 불시 검문했다. 깜짝 놀랐다. 어창엔 시뻘건 고래고기가 동강난 채로 가득했다.
현장에서 선장 윤모(30)씨 등 3명이 수산업법위반 혐의로 해경에 긴급 체포됐다. 울산에선 올들어 첫 적발이다.
바다에서 고래를 잡아 선상에서 바로 해체한 뒤 운반어선에 옮겨 실어 감시가 소홀한 작은 포구에 입항하는 전형적인‘꾼’들의 수법이다. 하지만 이처럼해경이 선박을 덮쳐 불법포획 사례를 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점조직처럼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해경은 검거된 일당 이외에도 육상운반책, 판매책 등‘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윤씨 등을 추궁하고 있다.
본격적인 출어기가 시작되면서 해경과 불법 고래잡이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울산과 포항해경등동해안 해양경찰서는 4월한달 실시된 고래자원보호 계도기간을 마치고 1일부터 불법 고래포획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다.
5월은 수온이 올라가면서 동해안에 고래출몰이 본격 잦아드는 시기. 어민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한방’의 유혹 때문이다. 웬만한 크기면 1마리에4,000~5,000만원, 덩치가 크면 억대를 호가하는‘바다의 로또’다.
울산해경은 지난해 2건의 불법 포획사례를 적발, 9명을 구속하고 4명을입건했다. 지난해 2건에 4명을 입건한 포항해경도 올들어 2건을 적발, 1명을구속하고 5명을 입건했다. 지난해 IWC(국제포경위원회) 울산총회 개최를대
비해 해경의 단속이 엄청 강화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황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IWC 울산회의 대책반 회의’에보고된‘고래고기 유통실태 조사보고서’에따르면 국내 고래고기 전문 취급 음식점은 모두 50곳으로 이중 절반이 울산에 있으며, 이들 음식점 등을 통해 연간 1톤급 고래 150마리분 즉
150톤 가량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당시 3년간 고래혼획(混獲·그물에걸려숨지는것) 현황을보면2002년84마리, 2003년64마리, 2004년57마리등연평균 68마리가 포획된것으로 나타났다. 혼획으로 잡히는 밍크고래의 평균 몸무게가 보통 1톤안팎인점을감안하면전체수요의절반가량은불법포획에의한것으로추정된다.
해경은 이처럼 불법 고래포획이 활발해지면 전문식당을 걸린다. 울산해경 관계자는“한동안 잠잠했던 불법포획행위가 최근 다시 고개를들고있다”며“불법 고래포획 우범 선박이나 전과자를 특별 관리해 재범 예방에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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