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等)이라는 한 글자만 넣어 달라.”(한나라당) “절대로 넣어 줄 수 없다.”(열린우리당)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을 놓고 4월 내내 입씨름을 벌여온 여야가 개방형 이사 추천 주체를 명기한 조항에 ‘등’ 자를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치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학법은 “학교 법인은 이사 정수의 4분의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 선임해야 한다”(14조 3항)고 돼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회 ‘등’이 2배수 추천하는…”으로 고치기만 하면 다른 12개 쟁점 법안을 일괄 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이처럼‘등’ 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은 말로는 “초ㆍ중ㆍ고교의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학교운영위가 독점하면 전교조 교사들이 기를 쓰고 학교운영위를 장악하려 하는 등 여러 폐단이 있을 수 있으니 추천 과정에 자율성을 보장하기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이사 추천 주체를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회 두 곳에서 동창회, 학부모회, 종단(종교 사학의 경우) 등으로 확대해 재단이 기피하는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는 걸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당초 협상 카드로 내걸었던 개방형 이사제를 대학에만 적용하고 초ㆍ중ㆍ고교에선 예외로 두는 조항이나 14조 3항의 ‘선임해야 한다’를 ‘선임할 수 있다’로 고치기 등을 철회하면서도 ‘등’을 고집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당은 “한나라당 주장은 단순히 한 글자를 넣는 문제가 아니라, 개방형 이사제를 아예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반발한다. 이사 추천권을 법정 기구인 학교운영위가 아닌 동창회 등 다른 임의 기구에 주면 비리사학 재단이 ‘들러리 기구’를 앞세워 추천권을 행사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여당은 한나라당 요구대로 할 경우 이사 추천권을 놓고 학교운영위와 ‘등’에 포함될 다른 기관들이 충돌하는 최악의 사태마저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이밖에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금지, 사학교장의 임기규정 등을 놓고도 티격태격하고 있으나 ‘등’논란만 풀리면 절충이 어렵지 않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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