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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익은 반일 전선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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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익은 반일 전선에 나서라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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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보안청 해양측량선의 독도탐사 문제로 우리 정부가 강경한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을 때 산케이신문 4월21일자에 “한국 우파가 일본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이니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기고가 실렸다.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토수호라는 당면 과제를 두고 좌와 우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26일 뉴라이트운동의 싱크탱크를 지향한다는 뉴라이트재단의 출범 기자회견에서 안병직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독도는 이미 우리가 영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무력도발을 하기 전까지는 우리 영토다. 우린 가만이 있는 게 상책이다. 독도 하나 때문에 한일관계 전부를 다 덮어 버릴 수 있다고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 정부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보니 이런 쓸데없는 일로 장난질을 친다.”

뉴라이트재단은 우리 사회에서 무척 소중한 존재다. 산업발전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큰 업적이 특별히 증명되지도 않은 많은 가설들 때문에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운동권 교수와 학생운동가로서 수많은 비약과 비합리를 쏟아냈던 당사자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기존 보수세력의 부패를 비판하고 깨끗한 보수를 지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독도 문제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너무나 안일하다. 일본이 측량선를 띄우겠다는 것은 독도와 무관할 수 없다. 따라서 일종의 무력도발이다. 우리는 당연히 이를 막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해저지형 등록을 하려 해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논리나 5ㆍ31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강경 대응했다는 분석은 일본이 일단 측량선을 보낸다고 한 이상 무의미해진다. 이것이 공동소유가 불가능한 영토만의 고유 논리다.

산케이신문에 기고가 게재되기 하루 전인 20일 한국의 한 보수논객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실었다. “노 정권의 반미ㆍ반일 정책은 국가적 자살 상태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친미와 친일이 왜곡된 외교였고, 이 결과로 우리의 발언권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손상 시키지 않으면서 중국과 북한을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친미와 친일에 머물러서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우리 역사 속에는 미약하나마 자주적인 보수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와 미 군정을 거치면서 씨가 말라버렸다. 이후 장기 집권에 성공한 보수세력은 항상 외세에 기댔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한국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더 좋은 선택이 없었다고 누구도 얘기할 수 없다.

반대의 선택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재의 외교적 선택만은 그냥 지켜보고 싶다. 아직까지 이 선택이 국가적 자살로 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는 것이 아닌가.

보수세력에게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남에게 기대지 말고 자기 발로 굳건히 일어서는 참보수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런 보수세력이라면 나부터도 단호하게 지지하겠다.

이은호 사회부 차장대우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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