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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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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도 '양극화'

입력
2006.05.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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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원동에 사는 세원(가명ㆍ7)이는 이번 주말 경기 분당의 한 고급 어린이 전문쇼핑몰에 놀러가 어린이날 선물을 미리 고르기로 했다. 주말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어린이날 연휴에는 온 가족이 홍콩 디즈니랜드로 놀러 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수십~수백만원을 넘나드는 소위 ‘명품’ 의류와 장난감이 즐비하다.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윤지(가명ㆍ10)는 이번 어린이날에도 혼자 집을 지켜야 한다. 어린이날은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일하는 엄마(33)가 무척 바쁜 날이다. 윤지는 “다음 번 휴일에 엄마와 동대문 쇼핑을 하고, 고궁 나들이도 가기로 약속했다”며 애써 서운한 마음을 지우려 했다.

어린이날이라고 다 같은 어린이날이 아니다. 어린이날에 오히려 풀이 죽는 아이들도 많다. 백화점과 쇼핑몰 등 유통업계는 어린이날 특수를 한껏 누리기 위해 이런 사정을 잘도 이용한다.

이른바 ‘양극화 마케팅’이다. 서울 A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수입 아동 의류와 완구를 집중 배치한 ‘어린이 명품’ 코너를 강화하는 한편, 중ㆍ저가 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기 위해 1만~10만원 사이의 특가 선물 매장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남다른 우리 아이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라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달아 놓고 부모들의 ‘오기 구매’를 부추기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는 박모(48) 교사는 “아이들이 벌써부터 어린이날 받을 선물을 자랑하느라 바쁘다”며 “결손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생활지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어린이날 선물만이 아니다. 2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전화 ‘1391번’을 통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8,000건으로 2004년(6,998건)에 비해 약 14.4% 증가했다. 2000년(1,678건)에 비해서는 4.8배로 늘어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체학대 못지 않게 정서학대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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