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 서재석씨의 미국 망명을 허용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에게 미국 망명이 허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서씨는 2004년 10월 발효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의 혜택을 받아 망명이 허용된 첫 탈북자이다.
2002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을 떠돌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 국경을 넘다 체포된 이모(43)씨 등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탈북자들에게 미국 망명이 허용된 사례는 있었다.
서씨의 망명 신청 사건을 담당한 미 인권단체‘휴먼라이츠 프로젝트’의 강은주 변호사는 27일 “미 이민법원의 재판을 통해 서씨의 망명이 최종 승인됐다”며 “서씨 망명 허용이 현재 미국 망명을 신청한 10여명 탈북자들 사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군 장교 출신인 서씨는 북한에서 투옥 및 고문을 당했던 사실이 인정돼 한국 국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북한인권법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경우 이미 한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정착하기 어려운 절박한 사유가 있는 등 예외적인 상황이 있어야 망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 국적자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에서의 정치적 탄압 등을 이유로 내는 망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으로 건너간 일부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이유로 망명을 신청했으나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한국의 헌법상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으로 인정되므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한국 국적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을 미국이 인정한 셈”이라며 “서씨는 다른 탈북자들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서씨가 추방당해 북송될 경우 다시 인권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망명 허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군 중위 출신인 서씨는 1999년 부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으며 2001년 다시 북한을 탈출,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서씨는 2004년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했다. 이번에 서씨의 아들에게도 망명이 허용됐다.
한국일보 LA 미주본사=이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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