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수교회담 당시 일본측이 "가치 없는 섬"이라며 폭파하자고 제의했던 독도가 다시 한번 한일관계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정면충돌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독도가 양국간에 얼마만큼 어려운 문제인지 새삼 실감했다.
●독도 분쟁지역화 끝없는 도발
안타깝지만 독도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우리 땅이 분명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도 양보하기 힘든 영토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외교는 언제나 상대가 있는 것이지만 이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한 것은 일본측의 책임이 더 크다.
일본 정부는 독도 해역의 해양지명 변경 저지를 명분으로 해상보안청의 측량선을 앞세우는 '도발'을 강행했다. 그러나 그 정도 사안에 사전협의 요청 한번 없이 독도 해역에 무턱대고 진입하려 한 것은 일본 외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무리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일본은 왜 그 같이 무리하게 행동했을까. 사태가 극적으로 수습된 후 일본 정부 지도자가 보여준 인식은 매우 시사적이다. 이들은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국제사회에 생생하게 보여줬다며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시큰둥했던 국내 여론을 반전시키고, 일본의 '냉정한'대응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도 큰 성과로 생각하고 있다. 독도 문제의 국제 쟁점화와 국내 여론화가 노림수였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주장과 논리는 자신들이 강조했던 냉정성과 합리성을 크게 결여하고 있다. 적어도 다양한 영토분쟁에 휘말려 있는 일본 정부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국제재판소에서 해결하자"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청일전쟁 직후인 1895년 자국 영토로 편입한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타이ㆍ釣魚島) 제도에 대해서도 같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들이 센카쿠 제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한반도 침략과정에서 이루어진 독도 편입이 "국제법상으로 정당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일본은 패전 후 소련이 접수한 북방영토에 대한 반환 요구도 포기해야 한다. 일본이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 북방 4개 섬 중 적어도 2개 섬은 얄타회담을 통해 소련에 할양되는 등 국제법적 절차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中과 분쟁 센카쿠는 "일본땅" 주장
다른 나라의 영토분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네 것은 내 것이고, 내 것도 내 것'이라는 자세는 일본을 위해서도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도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이다. 서로의 국익을 위해 공생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공생의 출발점이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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