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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줄기세포 처녀생식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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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줄기세포 처녀생식 재확인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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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처가 1일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팀의 1번 줄기세포(NT-1)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추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대 연구처는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임을 뒷받침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재훈 교수의 유전자 각인양상 분석과 서울대 의대 이정빈 교수의 DNA 지문분석을 서울대 홈페이지에 실었다.

각인 유전자의 발현보다 더 확실하게 부계 또는 모계 기원을 확인할 수 있는 5개 유전자 각인양상(메틸화) 검사 결과 NT-1의 유전자들이 모두 모계 각인임이 드러났다.

또 염색체의 중심체 부근의 48개 DNA지문을 추가 분석한 결과 총 96개 마커 중 32개가 동형접합이었고 중심체 부근에 편중돼 있음을 밝혔다. 동형접합이 중심체쪽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동형접합이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닌 감수분열을 거친 난자에서 발생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대는 홈페이지에서 “최근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 전반을 깊이 고찰하지 않고 논문조작사건의 관련 당사자가 제공한 각인 유전자 발현 자료에 입각해 견해를 표명,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이 빚어졌다”며 “여러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야기되는 상황이 우려될 정도여서 NT-1 세포가 체세포복제임을 부정하는 보충자료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조사위 활동이 끝난 후 논란이 일자 연구처가 나서서 ‘과학적 대처’를 한 셈이다.

서울대 조사위가 올 1월 DNA지문을 근거로 처녀생식 결론을 내린 후 SNP제네틱스 신형두 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단일염기변이(SNP) 분석을 통해 체세포 복제 가능성을 주장했다.

3월초에는 황 전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가 KBS 추적 60분팀과 함께 각인 유전자 발현검사를 실시, 부계에서만 발현되는 MEST가 발현된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는 이를 근거로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 아닌 복제이며 다만 유전자 변이가 심하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유전자 각인, 모계서만 나타나"

서울대가 1번 줄기세포의 처녀생식 여부를 재확인한 방법은 유전자 각인흔(메틸화) 검사와 염색체의 중심체(centromere) 부위의 DNA 지문검사이다.

●각인 유전자 발현 아닌 흔적 찾기

서울대 조사위가 1번 줄기세포를 처녀생식으로 발표한 후 일부에서는 각인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녀생식을 부정하는 주장이 있었다. 특히 3월 초 부계에서만 나타나야 할 MEST가 발현됨을 황 전 교수팀이 확인한 후 체세포 복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각인 유전자 전문가들은 “발현만으론 유전자의 기원을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MEST의 경우 쥐에서 발생 과정 중 메틸화가 지워진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즉 복잡한 생물체는 같은 각인 유전자라도 조직이나 종에 따라 각인 여부가 달라지거나, 실험실에서 오래 배양할 경우 각인 유전자가 발현이 되는 ‘누수 현상’을 보인다.

때문에 이번 실험에선 각인 유전자 발현보다 더욱 확실한 각인 흔적 즉 메틸화 여부를 검사했다. 각인이란 유전자의 염기 중 사이토신이 메틸기와 결합함으로써 일어나는데, 이를 염기서열 분석으로 확인한 것이다. 바이설파이트 염기서열이라는 방법을 쓰면 메틸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KAIST 정재훈 교수와 미 국립암연구소 한윤수 박사가 5개 각인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H19, KCNQ10T1, IGF2R, SNRPN에서 모계쪽 유전자는 메틸화했고, 부계쪽은 메틸화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즉 염색체가 모두 난자에서만 유래했다는 의미다.

MEST의 경우 염기서열을 10회 분석한 결과 2개는 메틸화하고 8개는 메틸화하지 않아 쥐에서처럼 메틸화가 지워지는 현상을 보였다. 정 교수는 “이를 종합해 보면 1번 줄기세포의 염색체는 모두 모계에서 기원했으며, 쥐와 마찬가지로 각인이 풀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체 부위만 동형접합

서울대 조사위가 애초에 처녀생식을 주장한 근거는 48개 유전자 마커 중 40개는 DNA피크가 쌍으로 나타난(이형접합) 반면 8개는 하나만 나타났다는(동형접합) 점이었다. 체세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두벌의 염색체를 갖는 반면 난자는 두벌이 반으로 갈라져(감수분열) 한벌의 염색체만 갖게 된다.

하지만 감수분열 직전 짝을 이룬 염색체끼리 서로 말단 부위를 바꾸기 때문에 한 벌의 염색체만 남아도 일부 아버지의 유전자를 포함한다. 때문에 난자와, 난자에서 분리된 극체세포가 결합하면 유전자는 일부에서는 부모 것이 쌍으로, 일부에서는 어느 한쪽만 검출된다.

그런데 유전자 교환이 일어날 때 염색체는 중심체끼리 서로 맞붙은 상태에서 그 위나 아래쪽을 잘라 맞바꾸기 때문에 중심체 부위는 늘 난자의 유전자만 남게 된다. 때문에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팀은 1번 줄기세포의 염색체 중심체에 가까운 48개 마커를 추가 분석했다. 이 결과 동형접합이 중심체 부근에 몰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참조>

이정빈 교수는 “물론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동형접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총 96개의 마커 중 32개나 변이됐고, 중심체 부근에서는 예외 없이, 제3의 유전자도 아닌 난자 제공자의 DNA 피크 중 하나로 동형접합을 보일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하다”고 말했다.

■ 유전자 각인이란

세포 속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각각 물려받아 쌍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생식세포를 만들 때 부계 또는 모계 중 어느 한쪽의 유전자가 기능하지 않도록 억압하는 일이 생긴다. 이것이 유전자 각인이다.

즉 모계 유전자가 각인되면 이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발현 안 됨), 부계 유전자만 단백질을 만든다(발현). 각인은 유전자 염기 중 사이토신이 메틸과 결합함으로써 염기를 꽁꽁 뭉치도록 해 mRNA를 만들지 않도록 함으로써 일어난다. 각인이 일어나는 유전자 부위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 인간에서 100여개의 각인 유전자가 발견됐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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