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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개교 60돌 세계적 정예장교 산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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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개교 60돌 세계적 정예장교 산실 '앞으로'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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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요람.’ 1일로 개교 60주년을 맞는 육군사관학교의 캐치프레이즈다.

하지만 굴곡 많은 현대사에서 쿠데타와 군사정권의 주역이었다는 점은 오명으로 남아 있다. 이순(耳順)의 육사는 그래서 ‘글로벌화한 정예장교’ 육성으로 교육 방향을 틀고 있다.

육사교장 김선홍(28기) 중장은 “육사가 지금까지의 전통을 이어 받으면서도 국제사회에 적합한 장교를 양성하는 일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5월1일 출범한 조선경비사관학교가 육사의 모체다. 다급한 건군 사업의 필요성 때문에 정부수립까지 1~6개월 과정으로 8기생이 배출됐다. 5ㆍ16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2기이며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등 3공화국의 핵심들이 8기생이다.

1948년 국군 창설과 함께 육사로 개칭한 뒤 11기부터 4년제가 됐다. 11기를 그래서 정규육사1기로 친다. 12ㆍ12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이 11기다.

군사정권 30여년간 육사는 출세의 보증수표였다. 대령까지 진급하는 것은 당연했고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로 이어지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싹쓸이했다. 육사 출신 장성들은 손 짚고 헤엄치듯 정계로 진출했다. 심지어 졸업 후 5년차쯤 되는 대위들에게는 사무관특채(일명 유신사무관)의 길까지 열어줬다.

박태준(6기) 전 포스코 회장이 경북 영일만에서 포항제철을 일구면서 경제계까지 발을 뻗쳤다. 육사 출신들은 ‘하나회’같은 사조직으로 그들만의 공화국을 만들었다.

육사 출신 장교들은 모교의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면서도 완전부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군인 특유의 리더십이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고 국가안보의 초석을 닦았다는 주장이다.

육사출신 K대령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가적 자립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던 60, 70년대 육사는 한 손으로 총을 잡고 휴전선을 지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경제개발의 지휘봉을 잡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육사도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등 다양한 장교양성기관이 생기면서 육사 출신 가운데 대령 진급자가 절반에 불과하고 장군 진급자는 10%도 안 된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의 졸업식 참석도 격년제로 변했다.

육사는 올해 62기생을 배출하면서 1만7,700여명의 초급장교를 길러냈다. 생도들은 흡연 음주 혼인을 금하는 3금(三禁)제도에 묶여있지만 98년 처음으로 여생도(58기)를 받으면서 금녀의 벽은 허물어졌다.

명예를 중시하는 생활수칙은 여전해 감독관 없이 ‘명예시험’을 치르고 외출ㆍ외박했을 때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더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버스ㆍ전철에서 자리에 앉지 않는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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