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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빌팽 총리 '정적 죽이기'수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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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빌팽 총리 '정적 죽이기'수사 파문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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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프랑스 정가가 차기 대권주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캔들로 뒤숭숭하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후계를 놓고 라이벌 관계인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일간 ‘르 몽드’는 28일 전직 정보요원 필리프 롱도를 인용, 2004년 ‘클리어스트림 스캔들’당시 내무장관이던 빌팽 총리가 시라크 대통령 지시로 사르코지 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양자’ 빌팽 총리가 여권 내 대권 라이벌인 사르코지를 겨냥한 음해성 수사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수사 착수 당시 사르코지는 내무장관에서 경제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이 보도는 최초고용계약법(CPE) 입법 철회로 큰 타격을 입은 빌팽 총리의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안겨주고 있다.

총리직을 얼마나 버텨낼지 장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선 후보 경쟁에서도 낙마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_루이 드브레 하원 의장은 29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가 빌팽의 머리에 총을 쏘았고, 이젠 확인사살까지 하려 한다”고 말했다.

엘리제궁과 총리실은 각각 성명을 발표, 사르코지를 직접 겨냥한 수사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당장 사르코지 장관이 총재로 있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은 개각을 요구하고, 야당인 사회당은 의회 조사를 주장했다.

2년 만에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은 유명 정치인, 기업인, 안보 관계자들이 룩셈부르크 소재 금융기관 클리어스트림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15년 전 대만에 프리깃함 6척을 판매하며 받은 리베이트를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사르코지 장관을 포함한 명단이 들어있는 시디롬 등 익명의 제보가 치안판사에게 전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 제보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수사의 초점은 누가 가짜 제보를 했는지를 밝히는 데로 모아졌다. 일부 프랑스 언론은 시라크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레바논계 프랑스인 이마드 라후드를 익명의 제보자로 지목했다.

최근 몇 주 새 국방장관실과 정보기관 사무실,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등 기업에 대한 수색이 이뤄졌다. 빌팽 총리 관저에 대한 수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은 익명의 가짜 제보는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저지하려는 음모였다고 주장하며 빌팽 총리가 제보 조작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난해왔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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