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다음 주 중으로 주한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를 접수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경찰과 용역인력 외에 공병과 경계 병력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기지이전에 반대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과 범대위는 전국 시민사회 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항한다는 계획이어서 대규모 민ㆍ군 충돌이 우려된다.
국방부는 30일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김지태(47) 대추리 이장과 범대위 위원장인 문정현 신부 등을 만나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다음 주 중 대추분교 강제철거와 대추리 일대 3차 영농차단 작전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대화는 담판이 아닌 사실상 선전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방부는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이 국방부 소유가 된 기지이전 예정지에서 불법영농 활동을 못하도록 ‘황새울(대추리와 도두리 앞 벌판)’지역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3차 영농차단 작전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280여만평의 논을 20여㎞의 철조망으로 둘러 주민들이 농지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두 번의 영농차단처럼 경찰 병력을 앞세우지만 이번에는 공병 부대를 투입, 철조망을 설치한 뒤 주민들의 철조망 파괴에 대비해 공병과 일부 경계 병력을 철조망 내 기지건설 부지에 장기 주둔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주민들과 대치하다 충돌하더라도 장병들이 맨몸으로 막아낼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비무장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안정훈 국방부 대변인은 “진압봉 등 최소한 자위수단을 휴대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무장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철조망을 설치하는 3차 영농차단과 함께 대추분교에 대한 퇴거작전도 동시다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추분교는 한미 양국이 기지이전 협정을 체결한 2004년 말 평택풍물두레패 등이 점거한 뒤로 기지이전 반대 집회의 중심지가 되고 있어 이들을 주민과 분리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퇴거작전에는 경찰력이 앞서고 대규모 용역 직원이 동원된다.
D데이는 2~4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통보한 대추분교 강제철거 시한이 7일인만큼 노동절(1일)과 휴일 등을 빼면 이 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주민들과 범대위는 맨주먹으로라도 국방부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범대위는 작전이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2일 대추리에서 강제토지수용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D데이에는 평택으로 결집해 달라며 전국 138개 시민사회단체에 지원요청까지 해 놓았다.
범대위 관계자는 “트랙터와 경운기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비로 진입로를 봉쇄하겠다”고도 했다. 김지태 대추리 이장은 “논두렁을 베고 죽는 한이 있어도 고향 땅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국방부가 병력까지 동원하는 데 격앙돼 있다. 주민들은 “육군 17사단 예하의 모연대와 특공부대 등 2개 부대 1,500여명이 투입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곤봉을 든 특공대를 투입해 평택을 제2의 광주로 만들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휴가나온 해당부대 장병들로부터 ‘경찰의 시위진압훈련 장면을 담은 시청각 자료 등으로 교육을 받았다’ ‘부대에서 곤봉을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다’는 등의 제보가 답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택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흐르자 일부에서는 기지규모 축소 등의 대타협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349만평의 기지는 과잉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지 규모를 줄이자는 것이다.
평화통일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 통합계획(LPP)과 용산기지이전협정은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기지이전 사항을 상호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 협정개정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발간한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의 문제점 및 향후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기준으로 규모를 추정하여 기지와 시설을 건설할 경우 정작 미군이 이전할 시점이나 그 이후에 시설 과잉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