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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선거철 바람직한 '해석과 설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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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선거철 바람직한 '해석과 설계'는?

입력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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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 해석의 방법을 배운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1 더하기 1은 2임을 배우는 것도 1+1이라는 수식을 해석하는 것이고, 원의 면적을 구하거나 움직이는 물체의 힘과 가속도를 구하는 것도 해석의 일종이다. 해석의 특징은 결과로 하나의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복잡한 수식이나 현상을 해석하더라도 해석의 결과는 하나다.

물리학과 공학에서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여러가지 현상에 대한 해석의 이론과 방법을 배운다. 그 중에 동적해석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서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결정하는 방법인데, 뉴튼의 운동 법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뉴튼의 법칙 이래로 인간은 물체의 질량과 형태 등 정보만 정확하다면 그 물체가 어느 시간에 어느 위치에 있을지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시간은 미래도 되고 과거도 된다. 해석의 결과가 항상 결정적이므로, 어정쩡한 답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동적해석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다. 지진공학도 여기에 속한다. “지진이 없는 지역에 있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지진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선가 거대한 지진이 조용히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2001년 지진공학회에서 현재 미국 콘크리트 빌딩 디자인 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와이트(James Wight) 교수가 한 말이다.

인간은 지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진에 견디는 빌딩을 설계할 수는 있다. 그래서 지진공학은 지진의 재해에 대한 최전방 방어수(first line defence)라 불린다.

지진에 견디는 빌딩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동적해석을 이용한다. 문제는, 해석의 경우와 달리 설계에서는 한가지의 뚜렷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두 개 숫자를 더해서 10을 만들어보라고 주문을 하는 것과 같다. 음수와 양수를 포함할 때, 두 개의 숫자를 더해서 10을 만드는 방법은 정확하게 무한대이다. 빌딩 설계는 훨씬 복잡하다.

컴퓨터가 만능이라 여겨지는 이 시대에도, 이미 존재하는 설계도에 대해 지진에 대한 응답을 해석하는 프로그램은 있어도 지진에 대해서 정확하게 빌딩을 설계해주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술자들은 수정 반복(trial and error)의 방법을 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설계를 하고, 이것을 해석하고,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다시 해석하기를 반복한다. 수정반복을 통해 오차를 줄이는 것은 지진공학에서 설계연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 다시 선거철이다. 지난번 우리 사회의 설계는 어땠는지 돌이켜보고, 이 해석을 바탕으로 오차를 수정할 시기이다. 지난번 설계의 질은 이번 설계를 시작하는 시점에 해석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의 돈이 공천에서 오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런 오차는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다. 찾아내기 힘든 오차가 조용히 방문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선뜻 방문해 해석의 수고를 덜어주었으니 말이다.

공학이 아닌 사회의 즐거운 점은, 한 명의 설계자가 아닌 여러 명의 설계자, 즉 유권자가 각각 자신의 해석 결과를 표로 반영한다는 점이다. 다음 번 우리사회의 설계도는 얼마나 나아진 모습일지 사뭇 기대가 되기까지 한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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