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27일 정몽구(68) 그룹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밤 늦게 결정된다.
정 회장 측 변호인은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실질심사를 내달 1일로 연기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인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6개 회사를 통해 모두 1,0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다.
정 회장은 글로비스 등 계열사에 회사 수익을 몰아주고 정 사장에게 경영권을 편법으로 넘겨주는 과정에서 현대차 본사에게 3,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기업에 불법적으로 손해를 가한 주된 책임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이 필요했고,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며, 정 회장이 혐의를 부인해 임ㆍ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대차 그룹의 대외신인도 문제, 환율 하락과 유가 급등 등 경제여건을 고려했고,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묻는 등 고민과 검토를 했지만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이외의 책임 있는 임ㆍ직원들의 사법처리 수위와 범위는 회장 유고로 인한 경영 차질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 사장은 부자(父子) 동시 구속에 따른 부담, 현대차의 경영상 어려움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 그룹이 단기적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속히 비상경영체제 등을 가동하고 경영 내실화를 통해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장을 기소할 예정인 내달 중순까지 정 사장과 현대차 임ㆍ직원의 사법처리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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