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확정된 26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이 술렁였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오후 7시20분 “정상명 검찰총장이 정몽구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27일 발표하겠다”며 결정 내용을 일체 함구했다.
이 때부터 언론은 수(手) 읽기를 시작했다. 채 기획관의 표정을 살피는 게 최우선이었다. 신중론을 펴온 정 총장에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채 기획관이 그 동안 강경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채 기획관이 밝은 표정으로 “수사팀과 총장 간의 갈등은 없었다”고 전하자 ‘정 회장 구속영장 청구’ 쪽으로 심증을 굳혔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했다. ‘막판 여론 떠보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답답하기는 검찰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총장의 결정 내용은 1급 비밀에 부쳐졌다. 박영수 중수부장, 채 기획관 등 수사팀 일부에게만 알려졌다. 검찰 전체에 대한 평가가 달린 만큼 일선 검사들의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가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속이 타기로 말하자면 현대차 그룹이 으뜸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대검 청사 주변으로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현대차 그룹 임원들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오후 9시께 늦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수사팀은 이 시각 이미 작성된 정 회장의 영장을 남몰래 점검하고 있었다.
27일 아침 상당수 언론이 밤 사이 취재결과를 토대로 ‘정 회장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나 검찰의 공식 발표까지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안개는 정 총장의 이날 출근길 발언으로 잦아들었다. 그는 “법과 원칙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마침내 오전 11시10분께 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 제출됐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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