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주류 눈치 보며 살게 생겼어. 그 쪽에서 당권까지 넘볼 텐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당선된 25일,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비주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박근혜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은 소장그룹이 주축인 ‘새정치 수요모임’의 지지를 업고 있고,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도 비주류인 당내 ‘국가발전연구회’ 멤버다.
이들 두 그룹의 연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양측은 올초부터 크고 작은 당내 선거 때 마다 힘을 합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재오 의원을 함께 당선시켰고,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선 남경필 의원이 사퇴하면서 김문수 후보에게 소장파의 표를 몰아주었다. 또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박계동 의원이 중도 하차해 오 후보를 밀었다. 수요모임에는 박형준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있고, 발전연에는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심재철 의원 등이 속해 있다.
양측은 지방선거의 수도권 승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의 오 후보와 경기의 김 후보를 묶어 ‘변화와 개혁 패키지’로 여당에 이기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양쪽 지역을 오가는 합동 선거유세 등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이렇게 해서 두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동반 당선된다면 실제 당내 후 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세대교체, 체질개선 등 요구가 거세지면서 당 역학구도에 변화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내 차기 대선구도까지 출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태풍의 눈은 당연히 수요모임과 발전연이 될 것이다.
우선 7월 전당대회가 주목대상이다. 양측이 대표에 이재오, 원내대표에 남경필 의원을 밀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협력이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구체적 당 개혁방안에서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수요모임은 오세훈 후보의 경우처럼 외부인사를 영입해 대표경선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외부 인사로는 윤여준, 박세일 전 의원과 학계 명망가 등이 거명된다. 당권을 쥘 경우 손학규 경기지사나 원희룡 의원 등 개혁성향 인사를 밀어 박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양강 후보구도를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발전연측 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때문에 지금은 주류와 맞선다는 공동의 깃발아래 뭉쳐있지만, 당권 등 이해가 다른 대사(大事) 앞에서는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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