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는 26일 선대본부 인선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본선 채비에 나섰다. 예선에서 위력을 입증한 오풍(吳風)을 30여일 남은 본선까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이제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의 특장은 대중성이다. 대중성을 발판 삼아 불과 17일만에 서울시장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까지 앞선 것도 대중성의 힘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약점도 있다. 5만여 공무원을 진두지휘할 서울시장으로서의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느냐는 회의가 엄존하다. 이른바“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드럽고 세련된 귀공자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당찬 추진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당에서도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불과 1~2 차례의 정책 토론회만 거쳤던 예선과는 상황이 다르다. 수십 차례의 TV토론이 예정돼 있다. 자칫 오 후보의 준비 부족이 부각될 수도 있다. 오 후보에 대한 여당의 거친 검증공세가 펼쳐질 수 있다.
오 후보측은 정책에서는 맹형규, 홍준표 후보가 만들어놓은 공약을 대거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수개월간 다듬어온 정책 공약 가운데 엄선,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남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선거사무실을 광화문 인근으로 옮기고 강북민심 잡기에도 나선다. 그의 첫번째 공약은 ‘강북 구도심 개발’이다.
아울러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겠다”며 혹시 있을지 모를 여당의 검증 공세에 차단막도 쳤다. 새로운 이미지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묘책도 찾고 있다. 오 후보측 핵심관계자는 “경기도 김문수 후보와 패키지 선거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김 후보의 추진력과 당찬 이미지를 차용하고 김 후보는 오 후보의 이미지 득을 볼 수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 개혁 세력의 대표 주자로 오 후보를 부상시킨다는 전략도 있다. 여야 중간지대에 놓인 부동층을 끌어오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를 위해 기존 선거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 ‘열린 선거’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개혁적 외부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와의 정책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오 후보는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맹, 홍 후보에게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제의해놓은 상태다. 이날 오 후보는 맹 후보의 자택을 직접 찾기도 했다. 당내 중진 세력들의 거부감을 무마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선거운동본부를 움직이는 것은 남경필 원희룡 박형준 의원 등 소장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오 후보가 이끌었던 ‘미래연대’ 멤버들도 대거 오 후보의 선대 본부로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오 후보가 한나라당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곧 서울시장 선거승리의 공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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