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반 FTA 단체들은 이미 대규모 시위를 통해 그 세를 과시한 바 있고, 1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한ㆍ미 FTA를 선거이슈화할 것이다.
●수출주도형 한국 FTA 필요성 커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기 어려운 만큼 FTA에 대해서도 정치논리가 개입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능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70%대의 대외의존도를 가진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유지하는 기반이 바로 수출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우리나라의 FTA 체결 필요성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정치논리가 경제문제에 개입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사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미국과의 FTA를 이념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나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으로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FTA와 같이 제도적으로 경제동맹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은 통상제도의 개선, 구조조정의 가속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 경제효과와 더불어,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의 정치외교적 긴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최근 한ㆍ미 FTA 경제효과에 대한 논란 가운데 가장 큰 이슈는 대미국 무역수지로, 모 연구기관의 지난 3월 발표자료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미국 무역수지가 악화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FTA 홍보에 유리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위주의 결과만을 연구기관이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담당자들은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사회 일각에서는 대미국 무역수지에 대한 영향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것이 부담스러워 굳이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FTA 상대국과의 무역수지보다는 대세계 무역수지에 대한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미국 무역수지는 대세계 무역수지의 일부이고, 대세계 무역수지에 대한 영향이 FTA 경제효과를 결정짓는 중요요인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은 미국에 대해 10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FTA가 체결되면 흑자규모가 일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대세계 무역수지가 얼마나 개선될 것인가에 대해 정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낙후된 분야 경쟁력 강화할 기회
교역에 대한 영향만으로 보면 한ㆍ미 FTA에서 농업과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불리한 분야이다. 하지만, 국제수준에 뒤진 분야를 FTA를 통한 개방, 경쟁 및 개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한다면 FTA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다.
FTA가 ‘서로 주고받는’ 협정이므로 우리가 원하는 것만 챙길 수는 없으며, 경우에 따라 우리가 취약한 분야도 양보할 수밖에 없다. 손실예상 분야에 대해 정부는 구조조정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의 지원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