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시비에 더 이상 ‘조용한 외교‘는 없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독도가 일본과 얽힌 그릇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독립을 상징한다고 규정, 독도 지키기 차원을 넘어 국가역량을 기울여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전에 없이 강경한 대일 정책노선 발표로 한일관계에 파란이 예상되지만, 독도 수로조사 대치가 어정쩡한 타협으로 끝난 데 불만인 국민정서를 잘 헤아린 담화라고 본다.
독도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의 역사적 본질과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공감할 만 하다. 제국주의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및 영토시비로 과거 피해국민의 감정과 자존심을 해치는 일본의 행태는 되풀이 비난해 마땅하다.
특히 공세적인 독도 수로조사를 시도하기에 이른 마당에는 조용한 외교를 고집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도 든다. 여야 정치권이 함께 대통령 담화를 지지한 것은 이런 공감의 폭을 보여준다.
그러나 애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영토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은 여전히 여론의 반응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려 깊게 수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조용한 외교가 언제나 능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때로 강경한 말과 행동이 절실할 수도 있지만, 국익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고 실제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만 한다. 이 정부는 이런 냉철한 전략적 대응보다 여론의 반향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거듭 드러냈다. 국민 정서를 한껏 드높이지만 이내 국익 실현과 동떨어진 결과로 국민을 허탈하게 하는 과오는 이번 대치사태에서도 반복됐다.
대통령의 특별담화도 역사 해석은 돋보일지 모르나 구체적 실천전략은 뚜렷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주변 정세 속에서 어떻게 험한 파도를 헤치고 국익을 실현할 것인지는 모호하다. 국내 정치에서처럼 현실의 과제를 고민하기보다 과거 역사를 비판하는 것에 매달려서는 올바른 국가전략을 세울 수 없다. 냉철한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