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던 절도범이 힘이 빠져 구조를 요청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25일 오전 7시15분께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K아파트. 한 중년 남자가 23층짜리 아파트의 22층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린 채 “119에 신고해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남성은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덕분에 20여분 만에 구조돼 겨우 목숨을 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위험천만한 고공 묘기를 펼친 주인공은 인근 공원에서 노숙하며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윤모(59)씨였다. 절도죄로 복역하고 1월 출소한 윤씨는 24일 술을 마신 뒤 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이튿날 잠에서 깬 윤씨는 밧줄과 드라이버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밧줄을 옥상 파이프에 고정시키고 22층까지 내려간 윤씨는 조모(87)씨의 집을 목표로 삼고 드라이버를 이용, 창문을 열려 했으나 팔에 힘이 빠지자 결국 범행을 포기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윤씨는 경찰에서 “최근 일이 없어 힘들던 차에 순간적으로 절도를 결심했다. 당시 모두 잠든 새벽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특수절도 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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