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사법처리 방향이 구속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자 그룹 임직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룹에서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검찰의 사법처리 결정이 미뤄지고, 정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각계의 탄원서가 접수되는 등 구속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실제 24~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장에 이어, 26일엔 그룹 퇴직 임원들과 현장 근로자, 양궁협회와 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등의 탄원서 및 성명서가 검찰에 쇄도했다.
검찰도 재계와 언론계 등으로부터 정 회장 신병처리에 대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등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불구속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임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공식 발표 때까지 더 기다려보자”고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지만, 구속방침이 전해지자 크게 낙담하는 표정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구속되면 해외사업 등에서 엄청난 차질이 예상되고 대외신인도도 크게 떨어져 장기 성장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 같아 눈앞이 아득하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현대차는 1인 기업이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정 회장의 구속은 주요 의사결정의 ‘올 스톱’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구속이 확정될 경우 그룹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김동진 부회장 등 8명의 부회장이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 상황인데다 정 회장의 영향력이 워낙 컸던 탓에 리더십의 부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룹 법무팀 등 변호인단도 정 회장 구속에 대비한 변호전략 수립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구속이 확정될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정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 그 동안 국내 경제발전에 끼친 공로, 구속시 회사의 피해 등을 강조하면서 영장기각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를 대비해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신청 등의 대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정 회장측은 이날 세금 부과 관련 행정소송을 하루 만에 취하했다.
정 회장은 1998년 현대제철의 유상증자를 통해 배정 받은 440여만 주 상당의 신주인수권을 99년 108억 원에 처분한 것과 관련, 종로세무서가 양도소득세 26억원을 부과하자 “신주인수권은 주식과 다른 별개인 만큼 과세 처분은 부당하다”며 26일 소송을 냈지만,‘현 상황’을 고려해 즉시 취하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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