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독도를 둘러싼 대일 외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사실상 ‘조용한 외교’에서 ‘강경 대응’으로 선회를 선언한 만큼 실무협상에 그 기조의 반영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달 중 실시될 한일간 배타적 경계수역(EEZ) 획정 협상이 첫 실천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역사적 인식 하에 독도문제를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외교 지침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내에서도 일본의 동해내 우리 EEZ 수로 측량계획으로 촉발된 한일간 충돌위기 이후 동해 EEZ기점을 울릉도에서 독도로 바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강경기류가 자리잡은 분위기다.
따라서 재개될 EEZ 협상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우리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일본도 독도영유권 문제를 정면 제기하는 등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독도 기점 선택 여부에 대해선 정부도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민 감정이나 명분상으론 당연히 독도를 기점으로 해야 하지만, 실익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도를 동해 EEZ기점으로 선택할 경우 그 동안 우리가 견지해온 ‘유인도 EEZ 경계선론’이 설득력을 잃게 돼 일본과 중국이 남해와 서해의 EEZ협상에서 암초를 기점으로 내세울 경우 우리가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고 실익도 크게 훼손당할 수 있다. 독도는 유엔해양법 협약상 사람이 살수 없는 돌섬에 해당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종합적 판단을 좀 더 요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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