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바라보는 당내 대선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 ‘빅3’는 겉으로는 엄정 중립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각자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경선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씩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안정성을 강조하는 맹형규 후보는 당내 주류들과 가깝고 추진력을 주장하는 홍준표 후보는 비주류 쪽, 개혁성을 외치는 오세훈 후보는 소장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의 비중을 감안하면 누가 본선에서 당선되느냐에 따라 당내 세력판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선 주자들은 드러내놓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표는 껄끄러운 관계인 소장파들이 후원하는 오 후보가 그리 반가운 카드일리 없다. 홍 후보도 이명박 시장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박 대표의 대선 가도에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와 정책위 의장으로 만났던 맹 후보가 심정적으로 가장 가깝다. 더구나 영남권 중진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점도 마음에 든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가 절실한 이 시장 입장에서는 앞뒤를 잴 상황이 아니다. 누구든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가 필요하다. 홍, 맹 두 후보와도 돈독한 편이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로 유력한 강금실 전 장관을 꺾기 위해서는 오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장파와의 관계에서 박 대표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차기 시장을 상대로 여당이 이 시장의 시정에 대한 공세를 폈을 때 이를 막아내는 데에는 홍 후보가 낫다고 보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듯 하다.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세력이 약한 손 지사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판을 흔들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 유대관계가 깊은 소장파의 지원을 받는 오 후보의 당선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주자 3인도 경선에 나선 세 후보만큼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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