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元曉ㆍ617~686), 이 푸른 ‘새벽’이 다시, 새롭게 열렸다. 중진 작가 한승원(사진)씨의 새 장편 ‘소설 원효’(1~3권, 비체 발행).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춘원의 ‘원효대사’가 몰라서 에두르고 알면서 굽혀놓은 이 선승의 삶과 사상을, 작가 자신의 문헌ㆍ사료적 지식과 문학적ㆍ사회학적 상상력으로 반듯이 편 작품이다.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는 그의 ‘원효’를 일러 “통일전쟁의 광기를 가로지르며 그 살육의 전쟁에 맞섰던 평화ㆍ반전주의자이며, 국가주의적 지배계층에 저항한 세계주의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황룡사’로 상징되는 중국 유학파 중심의 궁중 승려들에 맞선 ‘분황사’ 중심의 재야 승려로서의 원효, 김춘추로 대표되는 집권 국가주의자에 항거하며 시장 바닥에서 ‘무애가’를 부른 반전 정신의 수장으로서의 원효를 부각하고 있다. 원효를 오독한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삼국유사’의 일연과 소설 ‘원효대사’의 춘원을 들었다.
“박정희 시대의 경험에서 보듯, 독재자는 저항세력을 파렴치한으로 몰면서 민중과 격리시킵니다. 원효를 춘정에 사로잡힌 요승으로 그리거나(삼국유사) 전쟁 시기에 요석궁에 감금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또 조선총독부가 대동아전쟁 초입에 춘원을 내세워 ‘도술로써 큰 도적을 제압한’ 군사 호국의 승려로 원효를 선전(‘매일신보’ 연재)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어요?”
그는 원효의 사상과 실천, 생명의 위협마저 느껴야 했을 이 반골 승려를 보호했던 요석공주의 사랑 등을 당대 민중사와 종교사, 권력관계 등을 배경으로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이 시대에 ‘원효’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는 “더불어 사는 삶, 대승적 삶의 복원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현 정권 역시 여러 대목에서 더불어 사는 삶 보다는 국가를 위해 사는 삶 쪽으로 비껴가고 있죠. 조국 분단의 장본인이라 해도 좋을 나라의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동북공정의 음모,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책략 등도 우리에게 원효가 왜 필요한지를 납득시켜주는 사례들일 것입니다.” 그는 원효야말로 ‘우리들 삶의 원형’이고 ‘영원한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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