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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비너스' 앨리슨 래퍼 訪韓회견/ "인생은 도전…장애있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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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비너스' 앨리슨 래퍼 訪韓회견/ "인생은 도전…장애있어 행복"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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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마음에 있다. 마음을 다스리면 극복할 수 있다. 나를 보라!”

자서전 ‘내 손안의 인생(번역본은 ‘앨리슨 래퍼 이야기’)’을 쓴 앨리슨 래퍼(41ㆍ영국)는 손이 없다. 양팔이 없을 뿐더러 다리도 짧다. 대신 도전과 희망의 싹을 틔워 마음밭에서 키워낸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세상의 편견과 불편을 이겨냈다.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口足)화가 래퍼가 24일 기자회견을 했다. 전날 함께 입국한 아들 패리스(6)가 곁에 있었다. 당당하고 단호했다. 그는 “인생은 어차피 도전이다. 도전이 없다면 지루하다. 그래서 장애가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하긴 그의 삶 자체가 거역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1965년 해표지증(海豹脂症 ㆍ바다표범처럼 팔다리가 짧은 증세)을 안고 태어났다. 생후 6주만에 엄마로부터 버림 받았다. 공공연한 학대가 자행되던 복지시설에서 지냈다.

꿈이 필요했다. 비장애인 틈바구니에서 어렵게 배운 그림이었다. 그는 “19살 때 난 홀로 섰다. 내 인생은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내 손안에 있다고 여겼다. 주어진 모든 지원과 보조를 떠나기 위해 시설을 나왔다.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수군댔다. 하지만 그날의 결정으로 인해 모든 것을 내 힘으로 이룰 수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22세 때 한 결혼은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남편의 폭력과 학대 때문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에 매달렸다. 94년 브라이튼 대학을 최고우등학위로 졸업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은 언젠간 끝난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다 보면 꿈도 이룬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1999년 다시 도전이 찾아왔다. 임신을 했는데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 몸으로 어떻게 애를 낳느냐는 핀잔과 낳아도 제대로 못 키울 것이라는 걱정이 그를 옥죄었다. 하지만 래퍼는 미혼모와 장애인이란 이중의 편견을 깨고 패리스를 낳았다. 이제 래퍼의 인생 목표는 패리스를 잘 키우는 것이다.

숱한 고난을 도전 정신으로 헤쳐온 그에게 세상은 ‘성공한 장애인, 세계적인 구족화가’라는 호칭을 선사했다. 지난해엔 세계여성 성취상을 수상하고 대영제국 국민훈장까지 받았다. 현대미술가 마크 퀸(영국)은 임신 9개월의 래퍼를 모델로 만든 3.5㎙ 높이의 조각을 지난해 가을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에 세우기까지 했다. 그의 몸은 ‘밀로의 비너스’에 견주어 ‘살아있는 비너스’로 불린다.

하지만 그는 극복해야 할 도전이 아직 남았노라고 했다. “내 혼이 깃든 예술이 아니라 내 몸의 장애를 먼저 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리고 당부했다. “부디 나를 ‘예술가인데 단지 장애가 있구나’라고 생각해 달라.”

한국의 젊은이와 장애인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편견을 깨뜨리긴 힘들다. 그러니 마음을 다스려라. 원하는 것은 결국 이루어진다. 여러분이 장애를 극복한 나의 도전정신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할 수만 있다면 ‘도전’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선물하고 싶다.”

래퍼는 28일 경기 파주영어마을에서 열리는 ‘영 챌린저 포럼(27~30일)’에 참석해 특강한다. 경기도는 28일부터 5월27일까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앨리슨 래퍼의 특별사진전을 연다. 래퍼는 다음달 1일 한국을 떠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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