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보통의 계단 길이다. 시멘트 계단들이 찻길에서부터 처음에 스물다섯 개, 그리고 층계참, 이어 열다섯 개, 또 층계참, 그 다음에 열다섯 개, 모두 쉰다섯 개다. 그 계단 길의 가로 너비는 네 걸음쯤인데 가운데에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울짱이 질러져 있다. 답답해 보이지만 계단이 빙판 된 날 깨달았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거라는 걸.
그 울짱에 얼마 전부터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축! 06, 1/4분기 골목청소 클린 자원봉사단 2등 골목 선정’. 나는 집을 나설 때는 계단을 내려가고 돌아올 때는 올라온다. (길 아래 사는 사람들은 집을 나설 때 올라가서 돌아올 때 내려갈 것이다.)
계단 길의 한 편은 전에 고시원이었던 건물의 벽과 현관이고, 다른 한 편은 ‘저택’이라고 할 만한 집의 담장이다. 찻길 쪽 층계참, ‘저택’ 담장 밑에 비닐과 헝겊으로 불룩이 싸놓은 ‘뭔가’가 있다.
벌써 한 달도 넘게, 조금씩 주저앉는 그것을 모두들 외면하고 피해 다닌다. 그걸 건드리느니 다른 길로 다니겠다는 듯이. 밤이면 옛 고시원 건물의 작은 붙박이창에서 새나오는 불빛이 그것을 비춘다. 뭘까? 어쩐지 인적이 드물어진 듯한 그 계단 길.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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