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변 아파트 주민들이 엉터리 주택건설기준 규정 때문에 소음공해에 시달려도 배상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가 20층 이상으로 건설되는데 소음 기준치는 5층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규제 없이 소음에 노출된 6층 이상 주민들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상당수가 환경부 환경피해 구제기준에 따라 보상 결정을 받지만 시공사는 “법대로 건축했다”며 보상을 거부한다. 결국 주민들은 소송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결과는 대부분 패소다.
아파트 고층 소음 문제 영동고속도로에 인접한 경기 용인시 A아파트 11층 이모(42ㆍ여)씨는 차량소음 때문에 밤잠을 설쳐 하루종일 정신이 몽롱하다. 아파트가 시끄럽다는 소문이 퍼진 뒤부터 인근 아파트보다 10% 이상 가격이 낮아 울화통이 터진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A아파트 주민 200여명은 지난해 용인시 한국도로공사 한국주택공사 시공사 등을 상대로 방음대책 수립과 1억5,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며 환경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환경부의 현지 조사 결과, 이 아파트 11~15층의 야간 소음도는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65 db을 초과한 70.1db로 나타났다.
환경분쟁조정위는 피고 측에게 방음대책을 세우고 소음 피해주민 1명당 33만~47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도공 등은 이에 불복, 배상을 거부했고 이후 소송으로 번졌다.
환경부는 전 국민의 53%인 2,400만명이 도로변 교통소음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7만여명은 보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소음 소송 급증 도로변 소음을 호소하며 환경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올해만 벌써 10여건. 지난해 전체 조정 신청건수(11건)와 비슷하다. 이들 대부분은 소송을 제기한다. 현재 소송을 내 계류 중인 사람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소음소송 급증은 현실과 동떨어진 건설교통부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소음도를 65db 미만으로 유지할 대책을 마련할 경우 아파트 인ㆍ허가가 가능토록 했다.
문제는 소음도를 1층과 5층의 평균 소음도로 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는 공사비 절감 등을 위해 방음벽 등 소음예방대책을 5층까지만 적용한다. 때문에 6층 이상 고층 주민들은 소음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환경분쟁조정위가 소음 논란 아파트에 대한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1~5층의 소음도는 대개 기준치 이내지만 6층 이상, 특히 10층 이상 아파트의 소음도는 수면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환경분쟁조정위는 환경피해 구제기준에 따라 층수에 관계없이 소음도가 기준치(65db)를 초과할 경우 방음벽 설치와 배상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시공사는 “주택건설기준에 맞춰 법대로 시공했다”고 맞선다. 도로공사도 “이미 건설된 고속도로에 인접해 아파트를 건립한 뒤 소음대책을 요구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소음기준은 1986년에 제정돼 6층 이상 거주 주민들은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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