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이어진 원ㆍ달러 환율 급락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으로 대표되는 외환당국이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갈수록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 기업들일수록 비판의 강도는 세다. 한국무역협회가 25일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업종별 단체 대표를 초청해 마련한 환율 대응 간담회에서도 기업 대표들은 “환율하락으로 수출해도 이익이 남는 게 없다”면서 정부의 적극 개입을 한결같이 요구했다.
그러나 마음 고생하기는 외환당국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이 달러를 쏟아내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을 자제하라”, “일부 투기세력에 의해 지나친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등의 구두 개입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25일 원ㆍ달러 환율이 반등한 것은 ‘너무 빠졌다’는 시장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런 분위기를 더욱 복돋운 당국의 역할이 컸다.
이날 “개입용 실탄은 충분하며 환율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투기적 움직임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외환 당국의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 당 936원까지 떨어졌던 원ㆍ달러 환율은 5.20원 상승해 945.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연초 이후 당국의 구두개입은 환율 반전에 큰 힘이 되지 못했고 시장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구두개입을 통한 미세조정 이상의 물량개입을 하기에는 당국으로서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환율급락이 일시적인 달러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달러 약세라는 점에서 개입해도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개입했다가 투기세력의 배만 불려줄 수 있는 셈이다.
또 ‘보는 눈’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의 낙인이 찍히느냐 마느냐 하는 순간이고,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있다. 결국 특정 지지선을 떠받치는 식의 개입에 대해서는 당국은 ‘안 했던’ 측면도 있고, ‘못 했던’ 측면도 있었던 셈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달러를 퍼 낼 수 있는 당국의 방안 마련이 아쉽기는 하지만, 정부 대응방식이 예전보다 선진화된 것 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가끔씩은 시장에 ‘본때’를 보여줬어야 했다”며 “자잘한 펀치들은 있었지만, 효과는 없고 신뢰만 떨어뜨린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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