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를 통하여 독도에 대한 국가원수 차원의 영토주권 선언을 하였다. 이는 지난주 외교교섭을 통해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든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관련된 갈등을 포함한 양국 간의 영유권 관련 현안을 공개적,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가주권의 중핵을 이루는 영토의 귀속을 확인할 때,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는 특정 지역이 이전의 일정한 시점으로부터 자국의 영토였다는 역사적 권원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규범인 국제법을 통하여 입증받았다는 뜻이다. 그간 독도 영유권 문제에 있어서도 한ㆍ일 양국은 국제법에 입각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번 해저탐사 기도에서 양측은 국제법에 대한 다소 다른 시각을 견지했다. 한국이 이 문제를 독도 영유권 문제와 직결한 반면, 일본은 영유권과 과학탐사를 분리하여 접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정면 공세라는 일본의 이전 방식과는 다른 변칙인 셈이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ㆍ일 간에 유엔해양법협약 제74조 제1항에 입각한 경계 획정 합의가 부재한 현실에서, 이러한 일본의 행위를 한국이 주권수호 차원에서 강경 대응하기란 국제법상 어려운 면이 있다.
배타적경제수역에서 가지는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는 영해와 달리 완전하지 않다. 따라서 일본이 동 협약 제246조 제3항에 입각하여 해저 탐사를 순수한 동기의 과학적 조사활동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정선, 나포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자칫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독도 주변 배타적경제수역에서 국제법상 권리를 원용하면서 이를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포섭해나가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정공법이 논리적 근거를 상실해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국제법 논리에 기대어 외곽을 때리는 고감도 전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지속적 침탈 기도를 어업이나 지하자원 확보 같은 경제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해양국가의 숙명을 지닌 일본의 입장에서 동해 한복판에 자리 잡은 독도는 대륙 진출의 교두보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전방위 영토 확보 외교에서 확인되고 있다. 섬나라 일본은 지정학적 위치상 고립에 대한 공포가 상존할 수밖에 없고 1년 내내 흔들리는 자신의 땅에 대한 콤플렉스는 타국 영토에 대한 끊임없는 야욕으로 표출되고 있다. 독도 침탈 기도를 포함한 주변국과의 영유권 갈등도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본인의 본능적인 생존 몸부림의 한 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도 문제는 단지 동해 먼 바다의 ‘외로운 섬’에 대한 영유권 수호 차원에서 벗어나 21세기 한ㆍ일 관계의 방향과 패턴을 결정하는 시금석이며 척도라고 보아야 한다. 그 해법도 단순히 외교의 기법을 넘어서 좀 더 대국적인 견지에서 당당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양을 둘러싼 영토와 자원에 대한 국가간 갈등은 인류가 조금 먼 바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때부터 항시 존재해 왔다. 영유권 문제는 주권 수호의 차원에서 단호하게 처리하되 해양 이용의 문제는 국제협력의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근대국제법도 17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의 해양 이용에 관한 분쟁해결 과정에서 시작되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용중 동국대 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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